김성준·대전본사 취재2부 정치사회팀 기자

[충청투데이 김성준 기자] 최근 길을 걷던 중 태어난 지 한두 달쯤 돼 보이는 고양이와 마주했다. 어린 고양이는 눈에 지룩한 눈곱을 잔뜩 단 채 가는 숨소리를 내고 있었고,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상태였다.

그대로 두면 수일 내 숨을 거둘 것으로 보였다. 고양이를 동물병원에 데려갈지 말지 쪼그리고 앉아 한참을 고민했다.

대전동물보호센터에 구조를 요청할 수도 있었지만 고양이 상태를 봤을 때 센터에 들어가도 입양되지 못 한 채 자연사하거나 안락사당할 것이 뻔했다. 결국 인근 편의점에서 습식사료를 한 캔 사서 주고는 아쉬운 마음을 달래야만 했다.

매년 대전동물보호센터에서 자연사하거나 안락사 당하는 동물은 수백 마리에 이른다. 올해 들어 발생한 자연사·안락사한 동물은 지난 10월 말 기준 각각 334마리, 235마리다.

교통사고 등으로 크게 다치거나 심한 질병에 걸린 채 동물보호센터에 들어온 뒤 입양 전 죽거나 안락사 당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다리와 골반 등이 골절될 정도로 큰 사고를 당한 동물은 물론 사고 없이 기력이 쇠한 상태로 구조된 동물들도 센터에서 입양 전 죽는 경우가 허다하다. 모든 유기·유실동물이 적극적인 치료와 관리를 통해 건강을 되찾으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 한 것이다.

센터 내 동물들의 죽음은 수용률과도 연관된다. 대전에서 한 해 수천 마리의 유기·유실동물이 발생하는 반면 동물보호센터가 동시에 수용할 수 있는 동물은 최대 250마리에 불과하다. 보호동물 수는 지난 10월 말 기준 245마리로 이미 포화상태에 이르렀다. 입소하는 모든 동물들을 보다 적극적으로 치료해 살려놔도 수용할 공간이 부족한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사설 동물보호쉼터가 나서서 유기·유실동물 관리에 대한 지자체의 부족한 점을 메워주고 있다.

대전 대덕구에서 거울고양이쉼터를 운영 중인 갈미경(41) 씨는 2016년부터 홀로 사비를 들여 길고양이 120여 마리를 보호하고 있다. 사료값, 약값, 임대료, 공과금 등 매달 들어가는 비용만 250만 원에 달해 보호소를 관리하는 틈틈이 택배 상하차, 카페 아르바이트 등을 한다. 매달 30-40만 원의 후원금이 들어오긴 하지만 운영비를 충당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하루 수면 시간은 고작 2-3시간밖에 안 될 정도로 강행군의 연속이다. 6년간의 쉼터 운영 끝에 그에게 남은 것은 1억여 원의 빚뿐이다.

어느덧 반려동물 양육인구가 1000만 명에 이르는 시대를 살고 있다. "유기·유실동물 관리와 지원이 더 체계적으로 이뤄지면 제가 할 일이 조금은 줄어들겠죠." 갈 씨의 바람대로 유기·유실동물에 대한 지자체의 관심과 지원책이 더욱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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