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인 초록우산어린이재단 대전지역본부 본부장

24절기 중 두 절기를 남겨두며 다사다난(多事多難)했던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이다. 늘 그래왔듯이 집마다 건강하고 따뜻한 겨울나기를 위해 김장을 하고 월동준비가 한창이다. 안타깝게도 취약계층은 지자체 지원과 시민들의 봉사와 기부로 도움을 받고 있다지만 쌀과 부식 거리, 연탄, 난방유, 방한용품과 같은 기본적인 대비가 힘든 상황이니 다가올 겨울이 참 반갑지 않은 손님이다.

필자는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가정에 지역사회 자원을 연계해주기 위해 많은 후원자를 만나게 된다. 하지만 처한 문제 상황을 공유하고 후원을 이끌어내기는 생각보다 쉽지가 않다. 지원 대상은 누구이며 어떤 방식으로 지원되는지 더 나아가 어떤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는지에 대해 설명하는 과정을 갖게 된다. 때로는 매스컴으로 접했던 악용 사례를 이유로 "상처받기 싫어 기부 안 합니다", "믿을 수가 없어요"라며 후원 요청을 거절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럼에도 올바른 기부는 계속되어야 한다고 설득의 과정을 반복하고 있다.

기부행위에 대한 호불호(好不好)가 있고 선입견과 오해가 존재하고 있지만 참여에 관심이 있다면 우선 대상기관이나 단체의 운영상황을 면밀히 살펴볼 것을 권유하고 싶다. 일반적으로 기부 관련 단체들은 등록된 주무관청의 감사를 받고 ‘공익법인설립 운영에 관한 법률’, ‘사회복지법인재무회계규칙’, ‘사회복지사업법’,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 심지어 ‘상속세 및 증여세법’까지 준수하며 관리감독을 받는다. 또한 내부감사와 회계법인 감사를 통해 투명성을 제고하고 후원금 사용내역에 대한 공지, 감사보고, 연차보고, 이사회 공시 등도 의무화되어 있다. 무엇보다 후원 금품 모집의 정당한 이유와 집행과정, 후원 결과를 정확히 설명 할 수 있는 기관을 선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제는 "아는 사람이 부탁해서", "자꾸 요청하니까 마지못해" 동참했던 막연한 기부방식은 지양해야 한다. 또한 나 한 사람의 선한 영향력이 누군가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음을 확신하고 분명한 기부 의도를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여전히 많은 기부단체 종사자들이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소외된 이웃들을 보살피며 정당하고 아름다운 선행문화를 이끌어가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하지만 예기치 못했던 기부금 유용(流用)을 접할 때마다 나비효과로 다가올 차가운 시선과 후원 감소의 여파를 생각하며 또 한 번 좌절을 경험하게 된다.

이웃 보살핌의 미덕은 신라 유리왕 때 환·과·고·독(鰥寡孤獨)과 늙고 병들어 스스로 생활할 수 없는 이들을 돌보면서 시작되었다고 전해지고 있다. 지역경제 침체와 코로나19 상황으로 남보다 나와 가족을 우선시하는 시간이 길어졌기 때문일까. 취약계층의 이번 겨울나기는 큰 어려움이 예상된다. 더 나은 환경 속에서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올바른 기부를 실천하는 따뜻한 나눔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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