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문용 대전시 청년가족국장

올해 7월에 22개월 여아가 밤에 자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불에 싸인 채 엄마의 동거남 폭력에 의해 사망에 이른 아이스박스 아동학대사건, 8월에는 청주의 한 식당 음식물 수거함에 갓 태어난 신생아가 유기된 사건이 있었다. 다행히 신생아는 지나가던 행인의 신고로 목숨을 건질 수 있었지만, 이런 아동학대 사건을 접하며 슬픔을 넘어 분노가 차올라 가슴이 먹먹했다. 한 생명으로 태어나 당연히 누려야 할 행복 일상과 보살핌 없이 지옥과 같은 하루하루를 보냈을 그 아이들에게 우리 어른들은, 사회시스템은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그리고 나 또한 자식들에게 행복한 하루하루를 선사하고 있을까? 내 아이는 행복할까? 라고 자문해본다.

보건복지부에서 발간한 2020년 아동학대 연차보고서에 의하면, 2020년 아동학대 사례는 총 3만905건으로 2019년 3만45건 대비 2.9% 증가했고, 사망한 아동은 총 43명에 이른다.

또 학대행위자는 부모가 2만 5380건으로 전체의 82.1%를 차지하고 있다.

아동학대는 아동의 건강 또는 복지를 해치거나 정상적 발달을 저해하는 신체적·정신적·성적·언어폭력은 물론 유기하거나 방임하는 것을 모두 포함한다. 아동이 겪게 될 고통과 후유증을 고려할 때, 아동학대라고 판단하는 기준 자체는 광의적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본다. 어른들이 하는 강압적이고 위협적인 행위는 물론 아동의 기본적 욕구를 무시하고 보살피지 않는 것, 아이가 생활하기에 위생적이지 않은 환경에서 양육하는 것, 아이의 권리에 반하는 모든 것들이 아동학대로 보아야 한다. 자녀에 대한 체벌 문제만 보아도, 올해 1월 민법 제915조 징계권 폐지로 부모의 자녀에 대한 체벌이 법적으로 금지되었으나, 자녀 체벌 금지에 대한 인식 확산이 아직은 미흡한 듯하다. 이제는 우리 사회의 아동학대에 대한 인식이 어느 수준인지 가감 없이 반성하고 그 기준을 확고히 할 필요가 있다.

우리 사회는 아동학대를 개인 및 가족 안의 문제로 보지 않고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인식하고 아동학대 예방을 위해 국가 및 지자체의 책임을 강화하고 있으며, 정부는 2019년 포용국가 아동정책에 포함된 아동학대 대응체계 개편방안인 아동학대 조사 공공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기존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하던 아동학대 조사 업무가 자치구로 이관되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하며 대전시 5개구는 아동학대전담공무원 및 아동보호전문요원으로 구성된 아동보호팀을 운영, 아동학대 대응체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또, 대전시는 학대피해아동을 신속하고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해 2022년에 학대피해아동쉼터 2개소 증설, 일시보호시설은 2023년 까지 1개소 신설할 예정이다.

그리고 지난해 9월 TJB대전방송, 대전광역시약사회, (사)한국편의점산업협회와 협약을 체결하고, 민·관 협력을 통해 아동학대 예방과 학대피해아동 및 가족을 보호하기 위한 사회시스템을 체계화하고 있다.

이 모든 각계의 노력이 결실을 맺을 수 있는 가장 큰 요소는 아동학대에 대한 우리의 관심일 것이다. 국민 모두가 아이 지킴이로서의 역할을 하며 주변에 관심을 가져야 촘촘하게 아이들을 보호할 수 있다.

스스로 자신의 권리를 보호할 수 없는 아동들에게는 우리의 작은 관심이 간섭으로 치부되는 것이 아니라 한 생명을 살릴 수도 있는 큰 보호막이 될 수도 있다. 그것이 아동학대예방의 시작이고 그 시작은 바로 나 자신부터 실천해야 할 일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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