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환 대전본사 취재1부 부국장

최근 ‘오징어 게임’ 열풍에 이어 넷플릭스 한국드라마 ‘지옥’이 전세계적인 인기와 관심을 받고 있다.

동명의 원작 웹툰을 드라마로 만든 이 작품은 허공중에 괴이한 형태의 천사가 나타나 특정인에게 죽음의 시간을 고지하고 언제 지옥에 가게 될 지를 알려준다. 이후 고지한 시간이 되면 괴생명체인 저승사자가 나타나 대상자의 생명을 앗아간다는 내용이다.

이 과정에서 새롭게 생겨난 신흥 사이비 종교 권력과 인간의 자율성을 지키려는 소수의 사람들의 대결을 통해 삶과 죽음, 그리고 지옥으로 대표되는 인간의 공포심을 판타지적 요소를 통해 잘 묶어냈다.

지극히 비현실적인 내용이었지만 드라마를 보는 내내 ‘지옥에 갈만한 죄’에 대해 정말 많은 생각을 했다.

드라마에서는 지옥에 가게 된다는 고지를 받은 인간들이 스스로 ‘지옥에 갈만한 죄’를 억지로 찾아내려 애쓰는 모습도 나온다.

상식적인 상황에서는 자신의 죄를 뉘우치고 반성해야 하지만 드라마에서는 그 어떤 여지도 없는 불변의 상황 앞에서 ‘반성’이란 것이 무의미하게 그려진다.

드라마를 보다 문득 이런 생각을 해봤다. 만약 지옥이 있다는 전제 하에 지옥에 갈만한 죄를 짓고도 진심으로 뉘우치고 반성한다면 지옥에 가지 않게 될까?

우리가 알고 있는 대부분의 보편적인 종교들의 경우 지옥과 비슷한 개념의 초공간이 존재하지만 죄를 진심으로 뉘우치고 신 앞에 반성하면 용서받고 다시 한 번 기회를 부여받는 것으로 배웠기 때문이다.

오늘 아침 향년 90세의 일기로 삶을 마감한 전두환 씨의 소식을 듣고 현실 속에서 다시 한 번 이 드라마를 떠올렸다.

생전에 참 많은 죄를 짓고도 세상을 떠날 때까지 끝내 사죄하지 않은 전 씨가 이 드라마의 한 주인공이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다.

퇴임 후 수십년간 국민 앞에 뻔뻔한 모습을 보이던 그가 과연 죽기 직전에라도 자신의 잘못을 반성했을까? 혹시라도 지옥에 가게 될까봐 두려워 하긴 했을까? 그는 과연 지옥이라는 곳으로 갔을까? 그보다 한 달 먼저 세상을 떠난 절친 노태우 씨는 어땠을까? 이들이 살아 있을 때 광주를 찾아가 피해자 가족과 국민 앞에 무릎 꿇고 용서를 빌었다면 또 어땠을까? 죄없이 피흘리며 죽어간 80년 5월 광주의 영령들에게 마음으로나마 용서를 구했다면 어땠을까?

보통 감옥에 다녀온 사람들 대부분은 출소 하자마자 두부를 먹는다. 그 이유와 유래는 정확하지 않지만 죄를 짓든, 짓지 않았든 어쨌든 두부를 먹는다. 출소자에게 두부는 그 진심 여부를 떠나 작든 크든 반성의 의미가 담겨 있다. 피해자를 찾아가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지 못할지언정 적어도 두부 정도는 먹어 주는 것이 죄 지은 사람의 최소한의 양심일 것이다.

하지만 여태까지 전 씨나 노 씨가 감옥에서 나와 두부를 먹었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그래서 나는 오늘 세상을 떠난 전 씨와 그의 절친 노 씨가 어디로 가게 됐는지 절대 궁금해 하지 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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