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봉록 한국수자원공사 수도부문이사

역사학자 토인비가 바라본 인류 문명은 도전과 응전의 역사로 요약된다. 주어진 상황에 대한 대응에 따라 성장과 쇠퇴가 결정된다는 것이다.

1960년대 대도시 중심으로 구축하기 시작한 상수도는 반세기가 지난 지금 99% 수준의 보급률, 지구 둘레 5.5배에 달하는 관망 구축 등 괄목할 성장을 이뤘다. 국민, 정부, 지자체 등의 합심으로 시대의 도전에 성공적으로 응전한 결과인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새로운 도전을 맞이하고 있다. 상수도에 대한 국민 눈높이는 언제든 믿고 마실 수 있고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수돗물로 향해 있다. 더불어 인구감소, 기후위기 등 외부 환경의 변화도 진행 중이다. 지금껏 일구어낸 성과를 바탕으로 더 성숙한 미래 상수도를 위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인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정부와 지자체 등은 이미 새로운 변화에 대한 대응에 나서고 있다. 먼저 국민 신뢰 향상 노력을 들 수 있다. 최근 수도법 개정을 통해 수돗물 인식과 음용률 제고를 국가 등의 책무로 부여하는 한편 수돗물 먹는 실태조사를 국가통계로 신설했다. 물관리일원화로 수립된 제1차 국가 물관리기본계획 역시 "국민이 믿고 마시는 수돗물 공급"을 주요 과제로 설정하고 있으며, 지방상수도를 담당하는 지자체들도 매년 혁신 성과를 창출하고 있다. 광역상수도 역시 AI 정수장, 스마트 상수도 구축 등 디지털 혁신을 추진할 예정이다. 두 번째는 포용적 상수도를 위한 방안이 모색되고 있는 점이다. 아직 남아있는 일부 취약지역에 대해 소규모 수도시설 통합, ICT 기반 맞춤형 수처리 등 깨끗하고 안정적인 수돗물 공급 방안이 추진 중이다. 이들 대부분은 도서 산간의 소규모 지역으로, 통상적 방식으로는 어려움이 있기에 다양한 맞춤형 대안을 마련하며 국민 물복지 향상을 지향할 예정이다.

세번째는 인구 리스크에 대응하고 있는 점이다. 세계 최저수준 출산율, 수도권 집중 등 인구의 자연적 감소와 사회적 유출로 지방소멸 위험이 커짐에 따라, 정부는 지난 10월 ‘인구감소지역’ 89곳을 지정하고 지원계획을 밝혔다. 상수도 분야도 현재 국책 사업으로 추진 중인 지방상수도 현대화의 차질 없는 수행 및 유역 수도지원센터 활성화 등과 함께 통합운영 확대 등 인구 리스크에 따른 지방상수도 운영여건 악화에 대비하고 있다.

마지막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혁신이 추진되는 점이다. 상수도 분야 역시 고효율 설비 구축, 신재생에너지 확대 등을 통한 탄소중립 정수장 구현 등 저탄소 공급체계로 전환해 나갈 예정이다.

지금 우리가 그리는 미래 상수도 역시 당사자들이 합심한다면 머지않아 구현될 것이다. 지난 11월 16일 창립 54주년을 맞이한 K-water 역시 물관리 전문기관으로서 맡은 바 소임을 다함은 물론 정부, 지자체와 협력을 통해 국민 물복지 향상에 기여할 것임을 다짐하며, 국민 여러분의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린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