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의혹·설화에 피로감… 지역 공약도 실종

[충청투데이 이심건 기자] 주요 정당의 대선 후보가 확정되면서 대선 정국이 본격적으로 시작됐지만 충청 민심은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지역 공약 부재와 도를 넘은 네거티브 공방, 강력한 대선 후보의 부재, 선거를 관통할 대형 이슈의 실종은 충청의 표심을 흩트리고 부동층을 키워내고 있다. 앞으로 5년 동안 국민의 삶과 직결될 살림살이를 꾸려갈 지도자를 뽑는 중차대한 선거임에도 충청권 유권자들의 반응은 차갑다. 제20대 대선을 앞두고 마음 줄 곳을 찾지 못하고 정국의 추이를 지켜보는 지역 유권자들이 적지 않은 분위기다.

충남 논산의 40대 천 모 씨는 "이 사람은 이래서 안 되고, 저 사람은 이런 실수를 했고, 따지다 보면 정말 남는 후보가 없다"며 "대권 후보들이 대선 과정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주는지 지켜본 뒤 투표를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충청권은 역대 대선에서 늘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해왔다. 충청민은 감정이나 속내를 쉽게 밖으로 뱉지 않는다. 선거철이 되면 충청도 표심은 명쾌히 드러나지 않아 전체 선거판의 구도를 마지막까지 뒤흔든다.

여전히 충청권 정치 시계(視界)는 안개 짙음이다. 논란만 있지 정책이 없어 어떤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전 서구의 20대 여성 윤 모 씨는 "대선 후보들에 대한 크고 작은 의혹이 연일 터져 나오고 있는 데다 후보들의 부적절한 발언과 실언 논란으로 피로감마저 느낀다"면서 "대선후보들을 둘러싼 도덕성 논란이나 구체성 없는 지역 공약이 가장 큰 문제점이고 거대 양당에 대한 실망감도 커졌다"고 지적했다.

선거를 관통할 대형 이슈가 없어 부동층이 더욱 커졌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4대 강'처럼 찬반이 확실히 갈리거나 '경제민주화'와 같이 시대 상황을 관통해 여야 후보들이 모두 선점 경쟁에 뛰어든 이슈가 부재하다. 여야 후보 모두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위기, 치솟는 집값과 같은 부동산 문제에 집중하고 있지만 현 정부를 뛰어넘는 정책과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세종 새롬동의 30대 윤 모 씨는 "대선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대선 후보들이 등장하는 뉴스에선 연일 '대장동이 어떻다', '고발 사주가 어떻다' 서로 욕하기에 바쁘다”며 “뚜렷한 능력이나 비전을 보여주는 것이 부족하다. 집값 문제 해결책 제시 등 국민들을 어떻게 편하게 살 수 있도록 해줄 것인지는 사라진 것 같다”고 전했다. 이심건 기자 beotkkot@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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