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은석 목원대 스톡스대학 기초교양학부 교수

▲ 원은석 목원대 스톡스대학 기초교양학부 교수
▲ 원은석 목원대 스톡스대학 기초교양학부 교수

우리 가족은 주말이나 휴일이 되면 주로 여행을 떠난다. 목적지에 도착하기 전까지 자동차 안에서 보내야 하는 시간은 어른과 아이들 모두에게 부담스러운 시간이다. 운전자는 운전의 피로와 맞서야 하고 뒷자리의 아이들은 지루함을 이겨내야 하는 시간이다. 이럴 때 뒷좌석용 모니터를 통해 영화를 틀어주거나 아니면 스마트폰을 손에 쥐여주는 경우가 많다.

‘자동차 뒷자리에서 보내는 시간’이 가진 특성을 한 번 살펴보자. 첫째로 견디기 외에는 대안이 없다. 일단 차에 올라 목적지로 출발한 이상 내리지 않는 이상(여행의 중단) 주어진 시간을 피하거나 다른 활동으로 대체할 수 없다. 둘째는 종료 시점이 명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는 점이다. 목적지까지 걸리는 시간은 내비게이션을 활용하면 아주 정확하게 알아낼 수 있기 때문에 언제까지 견뎌야 하는지 종료 시점에 대한 정보를 명확하게 알 수 있다. 셋째는 가족이 같은 시간과 공간을 공유한다는 점이다. 자동차 앞 좌석과 뒷좌석이라는 일정한 공간에서 명확하게 주어진 일정한 시간을 모두가 공유하는 셈이다. 마지막으로 외부의 방해 요인이 없다. 이는 함께 차를 탄 사람들을 방해할 외부인도 없고, 소란을 떨더라도 다른 사람 눈치 볼 필요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특성들을 종합해 보자. 가족이 같은 공간에서 정해진 시간 동안 견디는 것밖에 할 것이 없는 시간인데, 다른 사람들의 눈치 볼 필요 없이 함께 무언가를 할 수 있는 기회로 여행 가는 차 타기 시간을 바라볼 수 있다. 따라서 약간의 주의를 기울이면 가족끼리 서로 교감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

미국 오하이오의 케이스 웨스턴 리저브 대학교의 쿱스(Koops) 교수는 자동차 뒷자리에 앉은 아이들이 서로 놀면서 흥얼거리는 노래를 통해 음악적 감각을 익힐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뒷자리에 앉은 아이들은 지루함을 견뎌내기 위해 놀이를 하는데 주목할 만한 것은 놀이 성향, 성별 혹은 나이 차이가 너무 많이 나서 집에서는 서로 어울리지 않는 아이들이 차 뒷자리에서만큼은 서로 노는 경향을 보인다는 점이다. 즉 스마트폰을 손에 쥐고 있으면 SNS나 각자 좋아하는 게임을 하면서 시간을 보낼 아이들이 스마트폰 없이 대책 없이 견뎌야만 하는 지루함에 노출될 경우 이를 이겨내기 위해 서로 놀며 교감을 한다는 점이다. 물론 서로 싸우는 일도 많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다툼 역시 아이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알아가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다.

아이가 하나인 경우 콘텐츠를 공유해 즐기는 것으로도 앞 좌석의 부모와 교감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라디오 또는 팟캐스트 등 음성 콘텐츠를 활용하면 같은 공간 내에서 듣는 사람 모두가 쉽게 콘텐츠를 공유할 수 있다. 아이가 좋아하는 동화나 동요를 듣거나 또는 어른이 좋아하는 노래를 함께 들으며 같이 따라 부르거나 가사를 바꾸어 불러보거나 하면 아이와 어른이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짧지만 소중한 교류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자동차 뒷좌석의 힘은 강력해서 아이들은 놀이로 저항해 보지만 웬만해서 한 시간을 넘기지 못하고 잠들기 마련이다. 이렇게 한 시간 동안만 아이들이 만들어 내는 시끌벅적함을 어른들이 너른 마음으로 견뎌준다면 아이들끼리 혹은 아이와 부모가 교감할 수 있는 자연스러운 기회를 놓치지 않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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