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근미 청주시농업기술센터 기술보급과장

이른 아침 잠에서 깨어나면 약지 손가락을 만져보기도 하고 튕겨보기도 한다. 지금까지는 별다른 문제가 없었기에 평소 관심이 덜한 네 번째 약지 손가락에 이상이 생겨 요즘엔 매일 자주자주 세심한 관심을 갖는다.

손가락마다 기능이 있다. 엄지는 손가락 중 으뜸이고, 검지는 엄지 못지않게 큰일을 많이 한다. 중지는 가장 길어서 기세가 든든하다. 가장 작은 새끼손가락은 귀여움으로 사랑을 받는다. 그러나 이도 저도 아닌 약지 손가락은 드러나지 않게 묵묵히 자기 일만 한다. 엄지와 검지처럼 쓰임새가 적어 보살핌이 덜한 손가락이다. 건강했던 손가락이 아파보니 열 손가락 모두 소중하다. 손가락이 모두 소중하듯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이 귀하다. 아픈 손가락을 볼 때마다 특히 마음이 가는 농업, 농사의 애환이 생각난다. 냉해로 꽃이 피지 않아 맺지 못한 과실, 가뭄, 무더위 속 작물들의 시듦, 낙화와, 폭우로 1년 농사를 쓸어버린 안타까운 사정과 기후 변화에 따른 돌발 병해충에 대한 많은 피해 등이 떠오른다.

최근 청주는 과수화상병이 발생되지는 않았지만 과수 농업인은 화상병 징후 관련하여 긴장을 놓지 못하고 있다. 아픈 손가락은 치료하면 되지만, 과수화상병은 아직까지 치료제가 없다. 과수화상병이 발병되면 애지중지 가꾸어온 과수원을 3년간 폐원해야 하며, 또한 3년간 과수나무를 식재할 수 없기에 농업인에게는 매우 큰 손실이므로 꼼꼼하게 살피는 예찰이 필요하다. 또한 청정지역인 낭성, 미원 일원에서 15년 넘게 절임배추를 생산하여 소비자와의 신뢰도 구축되어 있어 농가 소득에도 한몫을 해오고 있는지라 가을 수확기만을 기다리는 농가와 소비자가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 가을철 고온과 잦은 비로 인해 수확기를 맞은 배추(절임배추)를 생산하는 농업인에게 큰 타격을 주었다. 서민들에게는 한해 먹거리인 김장 배추인 절임배추를 배추 무름병 피해로 생산을 못 하게 되어 수요자 대비 공급이 매우 어렵게 되었다.

농업기술센터에서는 병해충 긴급방제를 통해 관련 약제를 일부 지원을 했지만 턱없이 어려운 상황이 되어 안타깝기만 하다. 기상이변으로 인한 다수의 병충해 발생으로 인하여 시중에는 농업 병충해 관련 많은 약제가 나와 있다. 그러나 간혹 지나친 약제 남용으로 오히려 화를 부르는 경우를 종종 보았다. 작물 병해충 방제를 위해서는 정확한 판단으로 농약잔류 허용 기준제도(PLS) 기준에 의거 등록된 안전한 약제사용 처방으로 풍년농사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기술보급과의 수도(벼), 원예, 과수, 축산, 특용작물분야 담당자들이 농업인의 애로를 해결해 주기 위해 농업현장을 동분서주 뛰어다니며 노력하는 모습이 농업인에게 조금이나마 힘이 되어주길 바라면서 이제는 농사도 세심한 관심을 더 가져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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