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윤석 대전을지대학교병원 산부인과 교수

2030세대는 남다른 정신세계를 보이며 새로운 시대정신을 열어왔다. 60년대 2030세대는 기적 같은 산업화를 일군 산업화 국민이었고 80년대 민주화의 변곡점에서는 민주화 국민으로 등극한다. 현재의 2030세대는 또 다른 세계를 열고 있다. 바로 ‘선진국 국민’이다. 그들은 어릴 때부터 많은 사람과 소통하면서 성장했기에 편견 없이 타인과 수평적 소통이 가능한 세대이며, 길거리 카페에서 영어반 한글반 잡담을 할 줄 아는 글로벌 신세대들이기도 하다. 시험문제 하나에도 여러 학술지 검색을 토대로 이의 신청을 할 정도로 공정에 민감하며 BTS와 블랙핑크 등 대중가수들이 어필하듯 개성파들이기도 하다. 필자는 강의를 통해 그들을 만나는 시간이 즐겁지 않을 수가 없다.

요즘 2030 학생들 사이에서는 ‘학생은 일류, 직원은 이류, 대학은 꼰대’라는 말이 오고 간다. 어디 학교뿐이던가? 회사도, 국가 전체를 봐도 그럴 것이다. 현재의 2030은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스마트하고 자유로우며 다양성이 무엇인지 아는 세대지만 사회는 그들의 꿈을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회사나 국가는 급여와 복지로 그들 마음을 붙잡으려 한다. 하지만 그 정도 가지곤 턱도 없다. 굳이 배우고 존경해야 할 이유가 없는 꼰대라면, 비전과 희망이 없다면 조직을 떠나는 가치관을 가졌다. 이데올로기적 강박이나 자기규제 없이 사고하는 실용주의자들이기에 공정을 해치고 위선을 떤다면 곧바로 지지 정당을 바꿀 수 있는 세대다. 기성세대는 개발도상국에서 성장하면서 고질적인 병폐인 학연, 지연, 이념에 얽매이면서 꼰대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안타깝게도 개인의 자유를 모르는 산업화 세대, 민주의 가치를 잃어버린 민주화 세대가 된 것이다. 이 분열을 보듬고 선진국으로 나갈 수 있는 세대는 오직 2030세대이다. 어차피 대한민국이 가야 할 길이 선진국이고 자유민주주의라면 2030의 길을, 그들의 꿈을 따라가야 한다.

현재는 2030을 위한 나라, 그들의 꿈이 없어지고 있다. 며칠 전 우연히 30대로 보이는 여성의 전화통화 내용 일부를 듣게 됐다. “집 없이 결혼하는 것은 아니라고 봐. 오빠는 어떤 계획을 하고 있어? 원룸에서 인생을 시작할 수는 없잖아.” 연애는 물론 결혼은 언감생심인 것을 단적으로 말해준다. 그들은 집단지성으로 자신들의 우울한 미래를 찾아내 기성세대에 항의하고 있다. 미래의 국가 부채를 온몸으로 떠안고 한 명이 두 명의 노인을 부양하는 운명의 세대라는 것을 안다. 이는 월 300만 원 받고 개 두 마리를 키우며 늙어 죽는 삶에 대한 울부짖음이다. ‘줄탁동기’라는 말이 있다. 밖에서 두드리고 안에서 깨고 나오는 것이다. 선진국 국민인 2030이 두드리고 있다. 기성세대, 기성 정치인들은 알에 갇힌 꼰대, 개발도상국 시절의 사고를 떨쳐 내야 한다. 그래야만 청년의 두드림에 깨어나 새로운 알을, 선진국을 만들 수 있다. 기성세대의 운명도 결국 2030의 행복에 따라 좌우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들이 우릴 선진국으로 안내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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