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투데이 이대현 기자] 김영희 작가의 닥종이 작품을 테마로 제천시가 공들여 추진 중인 시립미술관 건립 사업에 급제동이 걸렸다.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가 3차례에 걸쳐 진행한 ‘공립미술관 설립 타당성 사전 평가’에서 탈락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심사 과정이 영 석연찮다. 최근 제천에서 진행된 현장 심사에 참여했던 한 심사위원의 미술 본류라는 발언 탓이다.

심사위원 중 한명이 “닥종이 공예가 미술의 본류냐”라는 취지로 물었다고 한다. 닥종이 공예는 “정통 미술이 아니다”는 기저가 깔린 질문이 아닐 수 없다.

그럼 닥종이 공예는 ‘취미 수준의 가내 수공”이란 얘기인가. 그 분야에서 세계적 명성을 얻은 김영희 작가는 그렇다면 “기능인이란 건가’라는 의문이 생긴다.

자치단체에 국비를 지원하기 위해 벌이는 이런 심사는 ‘객관성과 공정성’이 생명일 것이다. 그런 이유로 심사위원의 개인적인 의견은 ‘단 1%’도 섞여서는 안 된다.

당시 평가에 참여했던 심사위원은 그냥 아무 말도 하지 말았어야 했다. 평생을 닥종이 공예와 함께 예술가의 삶을 사는 김영희 작가가 이 말을 들었다면 얼마나 속상했을까 싶다.

닥종이 공예가 “순수 미술이냐. 그렇지 않냐”를 따지자는 게 아니다. 정부 지원과 자치단체의 명운을 결정하는 심사위원의 ‘공정성’에 강한 의문표를 던지는 것이다.

문체부의 사전 평가 결과가 미리 유출됐다는 논란도 그래서 더 의심이 간다. 이상천 제천시장이 최근 기자회견 자리에서 “엄청 당혹스러웠다”며 목소리를 높여 호소했던 이유도 충분히 이해가 간다. 공예도 엄연히 미술의 범주 안에 들어가 있다.

김영희 작가는 홍익대학교 회화과를 나온 정통 미술인이다. 그가 개척한 ‘닥종이 공예’ 분야는 독일 등 유럽에서 그 예술성을 인정받았다. 독일 뮌헨 박물관과 체코 건국 100주년 초대전 등을 통해 작품 세계를 알려왔다. 얼마 전 제천지역 팬 미팅을 위해 귀국한 김영희 작가를 현장에서 직접 만난 적 있다. 예술인으로 풍기는 당당함과 카리스마에 놀랐지만, 그 화려함에 숨겨져 잘 보이지 않았던 그의 휘고 거칠어진 손가락 마디마디에 더 놀랐다.

제천을 찾았던 문체부 평가단 심사위원에게 묻고 싶다. 위원님들, “방탄소년단은 정통 예술인인가요?” “아니면 그냥 노래와 춤 잘 추는 기능인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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