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유빈·취재 2부 기자

[충청투데이 서유빈 기자] 화요일 아침 7시. 피곤함에 눈도 제대로 떠지지 않는 시간이었다. 이날은 여느 때처럼 회사가 아니라 대전의 한 병원으로 향했다. 대전에도 다이어트를 위해 새벽부터 줄을 서서 약을 처방받는 병원이 있다고 해서다. 병원이 있는 건물은 식당과 학원이 밀집된 곳이라 이른 아침 시간에 오가는 사람들이 많을 리 만무했다. 게다가 평일 아침이었기에 병원 앞까지 가서도 반신반의한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기우였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복도에 들어서니 흔히 ‘맛집’에나 있다는 대기 명단이 보였다. 하루에 진료를 볼 수 있는 인원은 한정돼 있는데 유명세를 타고 환자가 몰려들어 마련한 특단의 조치인 것이다. 오전 7시 30분에 명단을 채운 인원은 8명, 대부분 80~90년대생 여성들이었다. 8시가 되자 명단에 이름을 적은 이들은 총 15명이 됐고, 병원 문이 열기도 전에 종이 한 장을 다 채울 정도로 대기 환자가 많아졌다.

다이어트 열풍이 불어온 건 최근의 일이 아니다. 미(美)를 쫓는 사람들 중 일부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원하는 이상향을 위해 큰돈을 들이거나 때론 건강도 포기한다. 각종 다이어트 보조제도 등장했다. “하루 세 번 보조제만 먹으면 살이 빠진다”는 등의 과장·허위 광고도 난무하고 있다. 다이어트 약으로 불리는 식욕억제제는 비급여 항목으로, 국가에서 관리·감독할 의무가 있는 급여 항목과 달리 오남용의 위험성이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다. 취재 과정에서 인터넷상에 떠도는 수많은 다이어트 약 처방 후기 글을 살펴봤을 때, 진료를 받아보니 식욕억제제가 따로 필요 없었다는 내용은 본 적이 없다. 사람마다 처한 상황과 상태가 다른데 모두에게 비슷한 처방을 내릴 수 있는지, 심한 비만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식욕억제제를 투여할 필요성이 있는지 묻고 싶다.

이런 가운데 얼마 전 대전에서는 펜타닐 성분이 함유된 마약성 진통제를 판매·투약한 20대 A씨가 구속되고 25명은 불구속 입건됐다. 마약성 진통제를 치료 목적 외 처방한 의사 9명도 검거됐다. 일시적인 향락에 빠진 젊은 층들이 1매에 1만 5000원이던 펜타닐 패치를 100만원도 주고 구입했다고 한다. 다이어트 약을 먹고 일시적으로 체중이 감량됐다고 하더라도 6개월~1년 사이 다시 살이 찌는 것과 같이 마약류의 경우도 중독성이 심해 본인이 원했던 잠깐의 쾌락만을 얻기는 힘들다. 원래 몸 상태를 회복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에서 식욕억제제와 마약성 진통제를 경계해야 한다. 결국 잃지 않아야 하는 건 바로 ‘나’이다. 스스로 바뀌지 않으면 결국 다시 원점이다. 서유빈 기자 syb@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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