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주용 충남선거관리위원회 공보팀장

2022 카타르 월드컵축구 예선에서 ‘침대축구’라는 말이 회자됐다. 우리보다 전력이 열세인 팀이 비기기를 목표로 작은 몸싸움임에도 불구하고 고의적으로 넘어지거나 누우며 경기를 지연시키는 행위가 마치 침대에 누운 것과 비슷하다고 해서 붙여진 말이다. 축구보다 더 중요하고 박진감 넘치는 내년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를 앞둔 지금, 나는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를 곰곰이 생각해 본다.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이야기에서 유래된 말로 자기의 기준이나 생각에 맞춰 다른 사람의 생각을 억지로 자신에게 맞추려고 하는 횡포나 독단 등을 이르는 심리학 용어다. 이 침대는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고 너는 대답만 하면 돼)라는 신조어로 삶의 곳곳에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특히 선거에 참여하는 상대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거나 이해 하지 않고 자신의 기준으로만 판단·재단하는 일방통행식 주장과 경청이 부족한 자세는 아쉬움의 대상이 되고는 한다.

‘민주주의의 꽃’은 선거다. 다원화된 민주사회에서는 상대의 견해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다름을 인정하고 다양성을 공유할 때 함께 살아갈 수 있다. 함께 살아가는 가치를 선거제도가 구현해 줄 수 있다. 그렇기에 더 나은 삶을 위해 선거제도를 올바르게 이해함으로써 문제점은 보완하고 장점은 더 빛나도록 고민하고 토론하는 노력은 매우 중요하다. 특히 내년 3월 9일과 6월 1일 개화를 앞 둔 대통령선거,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무슨 꽃을 어떻게 피워 ‘행복한 삶’을 만들어 갈지 지금부터 차분하게 준비하고 이해해야 한다.

그렇다면 선거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꼭 알아야 할 것은 무엇일까? 다양한 덕목이 있겠지만 무엇보다 열린 마음으로 선거에 참여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객관적인 통찰력과 변화를 위한 비판적인 사고를 겸비한 열린 마음으로 선거에 참여할 때 비로소 우리가 바라는 아름다운 선거를 만들 수 있다. 유권자는 객관적인 시각으로 공약과 정책을 봄으로써 후보자 판단의 자유를 누림은 물론 후회 없는 선택을 할 수 있고, 후보자는 상대의 말허리를 끊지 않는 경청과 내 의견과 다를 수 있다는 사실을 수용함으로써 근거 없는 비난과 비방에서 홀가분해 질 수 있다. 이렇게 마음을 열면 공명선거는 멀리 있지 않다는 사실을 몸소 체험 할 수 있다.

자신만의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를 갖고 있는 사람은 너무 견고해 쉽게 없애버릴 수 없다. 하지만 자신의 침대가 익숙하고 편하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최고의 선은 아닐 수 있음을 돌아볼 수 있어야 한다. 선거를 바라보는 시각도 그렇다. 자신만의 왜곡된 시선과 믿음으로 올바른 판단과 결정을 하려는 다른 사람들을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에 눕히려 하지는 말자. 내가 틀리고 상대방이 옳을 수도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누가 옳고 그른지 따지는 것보다 열린 마음으로 선거를 대하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참 선거 잘 했다”는 기억에 남는 축제의 장이 될 것이다. 내년 선거는 꼭 그렇게 될 것이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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