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주 세종시선거관리위원회 조사주무관

우리나라 민주주의 역사를 살펴보면 '감히'라는 단어가 어울리는 중대한 사건이 있다. 드라마나 영화의 소재로 자주 등장하는 3·15 부정선거이다.

1960년에는 지금의 행정안전부라고 할 수 있는 내무부에서 선거관리를 총괄했다. 내무부장관은 3·15 정·부통령선거를 앞두고 공무원 조직에 대한 대대적 인사를 통해 부정선거를 기획했다. 자유당에 기표한 투표용지 40%를 투표함에 미리 넣은 '4할 사전투표', 선거에 익숙하지 않은 국민들을 지도한다는 명목으로 각 조의 조장이 자유당 후보에 투표하도록 유도하고 기표를 확인하는 방법의 '3인조 또는 5인조 공개투표' 등 지금으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다양한 형태의 관권선거가 있었다. 선거를 공정하게 관리해야할 공무원이 부정선거의 주체가 된 것이다.

이에 대한 반성에서 정부 조직이 아닌 헌법상 독립기관으로 선거관리위원회가 창설됐다. 3·15 부정선거의 역사가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나라의 민주주의 초석을 다지게 된 것이다.

선거관리위원회가 창설되고 1987년 직선제 도입이후 치러진 수많은 선거에서 과거와 같이 투표 및 개표관리에 공무원이 관여하는 행위는 사라졌으나, 선거운동에 관여하는 행위는 여전히 잔존하고 있다. 일부 공무원이 인사권에 기대어 줄을 서거나, 줄세우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해 공무원 조직사회가 국민의 공분의 대상의 되기도 한다.

내년은 제20대 대통령선거와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있는 해이다. 민주주의는 우리 모두가 지켜야 할 가치이며 공정한 선거관리에서 비롯된다. 공무원의 선거관여행위를 일부 공무원의 일탈이라고 단순히 치부하기에는 우리가 치러야할 정치·사회적 손실이 너무 크다.

제20대 대통령선거 주요 예비후보자의 면면을 살펴보면 현재 공무원이거나 최근까지 공무원이었던 분들이 대부분이다.

선거운동이 허용되는 공무원인 후보자나, 국회의원, 국회의원의 보좌관·비서관·비서, 지방의원을 제외하고 공무원은 어떠한 경우에도 선거에 관여해서는 안 된다. 그럼에도 내년 선거를 앞두고 공무원의 선거에서의 중립성에 대한 논란이 끈임 없이 제기되고 있다.

일부 공무원의 일탈도 있겠으나 정치인이 공무원을 이용하는 경우도 있는 듯하다. 어떠한 이유라 하더라도 공무원이 인사권에 기대어 선거에 관여하거나, 정치인이 공무원을 선거에 이용하는 행위는 더 이상 우리 선거문화에서 사라졌으면 한다.

내년에 실시되는 양대선거는 주권자인 국민이 공무원의 선거관여 행위에 대한 적극적인 감시로 우리나라 민주주의를 더욱더 공고히 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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