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 “아들, 우울감으로 정신과 진료” 집단 따돌림 탓 극단적 선택 주장
市 미온적 대처 지적도… “대전시 감사위, ‘다른 일 많다’등의 태도 보여”

 

[충청투데이 최윤서 기자] 극단적 선택으로 숨진 대전시 새내기 공무원의 유족이 가해자들에 대한 조속한 감사와 징계처리를 촉구했다.

유족과 변호인 측은 26일 대전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전시의 미온적 조치를 강도 높게 비판하며 책임 있는 조치를 요구했다.

이들은 죽음의 원인을 과중한 업무 부담, 부당한 지시·대우, 무시, 집단 따돌림(왕따)이라고 주장했다.

고인의 어머니는 “아들이 세상을 등진 지 딱 한 달 째 되는 날이다. 대전시에 발령 받고 너무도 좋아하던 아들은 날개도 펴보지 못하고 만 25살의 꽃다운 나이에 스스로 목숨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며 “제 아들은 야근을 해 가며 어떻게든 일을 배우려고 노력했다. 팀원에 속해보려고 말도 걸어주지 않는 직원들을 따라서 구내식당에서 안 넘어가는 밥을 함께 먹으며 노력했다”고 호소했다.

이어 “하루 12시간 이상을 이런 팀 분위기에서 지내면서 자존감이 무너지는 일을 반복적으로 겪게 됐다”며 “그러다 보니 8월 중순부터는 몸에 이상 증상이 나타났고 스트레스로 인한 불안, 불면, 우울감으로 정신과 진료를 받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어떻게 3개월만에 멀쩡했던 아들이 이렇게 될 수 있는지 가슴이 미어진다”며 “낡아빠진 관행을 당연시하며 이를 따르지 않는다고 직위를 이용해 고립시키는 것은 명백한 갑질이고 집단 따돌림”이라고 절규했다.

▲ 대전시청 공무원 故 이우석 주무관의 어머니 김영란씨가 26일 대전시청 앞에서 아들의 죽음과 관련 기자회견 중 아들의 사진을 안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 이 주무관의 유가족은 지난 7월 신규 부서로 발령 받고 직장 내 따돌림으로 인한 우울증으로 자살했다고 주장했다. 이경찬 기자

대전시의 미온적 대처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였다.

법률 대리인 조선희 변호사는 “대전시 감사위원회는 해결 촉구에 ‘다른 일이 많다’, ‘늦어도 올해 안에는 감사를 완료하겠다’, ‘우리는 조사만 하는 사람이다’ 등의 태도를 보였다”며 “직장 내 갑질, 괴롭힘 가해자들에 대한 감사 및 징계절차를 빠르게 요청하며 그들이 저지를 죄에 맞는 합당한 벌을 부과하라”고 요청했다.

이에 최진석 대전시 감사위원장은 “일부 소통과정에서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며 “현재 관련조사를 위해 참고자료 및 참고인 파악 등 사실 관계를 파악 중이며 내달 초 갑질심의위원회를 구성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행정기관이기 때문에 조사에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이며 전 직원을 대상으로 연내 갑질 설문 조사를 실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윤서 기자 cys@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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