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층 연명치료 유보자 증가세
시행초기 比 6.6%p 늘어 41.7%
평균 10만명 자발적 의향서 제출
‘가족에 부담주기 싫어서’ 이유

[충청투데이 최정우 기자] #. 내년이면 칠순을 맞는 김모(69·대전 중구 거주) 씨는 최근 남편과 함께 국민건강보험 대전중부지사를 방문해 사전연명의료에 대한 설명을 듣고 의향서를 작성, 제출했다. 고질병도 없는 그가 남편과 함께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제출한 이유는 자녀들에게 짐이되고 싶지 않아서다. 그는 “우리나 애들이나 팍팍한 살림살이에 부담을 주지않고 홀연히 떠나고 싶어서 자식들과 상의없이 남편과 조용히 왔다”고 말한다.

연명의료결정제도 운영 현황 = 충청투데이 그래픽팀
연명의료결정제도 운영 현황 = 충청투데이 그래픽팀

생사를 오가는 임종 과정에서 더 이상의 치료를 받지 않겠다는 고령층 연명치료 유보자들이 늘고 있다.

이는 자녀들에게 경제적으로 의지할 수 밖에 없는 현실에 놓인 고령층이 '혹시나 고가 치료비가 부담으로 남을까'하는 걱정으로 가족들과 상의없이 상담을 받는 것으로 해석된다.

26일 보건복지부 및 정부가 지정한 등록기관에 따르면 연명의료결정제도 시행 3년 9개월 만에 19세 이상 성인이 자발적으로 연명치료 중단이나 호스피스에 대한 의사를 사전에 밝히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이하 의향서) 등록 건수가 지난 8월 기준 100만 56명으로 집계됐다.

연령별로는 △60대가 3.4% △70대 11.8% △80대 이상이 9.0%로 대부분 고령층 참여율이 높았다.

‘연명의료결정’은 연명의료를 시행하지 않거나 중단할 수 있도록 환자 본인 또는 환자 가족에게 선택권을 주고 존엄하게 삶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마련된 제도다.

의향서를 작성하려면 정부가 지정한 등록기관을 직접 방문해 개별적으로 상담을 받아야 한다.

주목할 점은 스스로 연명치료를 중단하겠다고 결정 후 의향서를 제출한 고령층의 비율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제도 시행 초기인 2018년 1분기 35.1%에서 6.6%p 늘어 올해 2분기 41.7%를 기록했다.

지역도 상황은 마찬가지.

대부분 고령층(60세~80세 이상)으로 이들이 자발적으로 정부 지정 등록기관을 방문해 의향서를 제출하는 사례는 2018년 이후 해마다 평균 10만명 가량을 기록하고 있다는 것이 지역등록기관의 설명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자발적으로 의향서를 제출하는 고령층이 늘고 있는 이유로 '가족들에게 금전 부담을 주기 싫어서'를 꼽고 있다.

최근 올해 상반기에 발표한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자료에서도 60세 이상 고령층 73% 가량이 자녀에게 의존해 생계를 이어오고 있고 △개인연금·퇴직연금에 의지(13%) △자발적 생계유지(7.8%) △기타(무응답·6.2%) 등으로 집계돼 설득력을 얻고 있다.

지역 노인복지계 관계자는 “제도 시행 이후 5년이 안된 짧은 기간에 대다수 고령층이 연명의료결정제도 참여율이 꾸준히 늘고 있는 점은 다양한 의미로 해석된다"며 "삶의 마무리에 대한 존엄과 자기 결정이 존중받는 문화가 조성되고 있다는 증거로도 해석되지만 가족들에게 경제적·정신적 부담을 주기 싫어 자발적으로 결정하는 것도 요인으로 작용된다”고 말했다.

최정우 기자 wooloosa@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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