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종윤 남대전농협 지도경제팀장

요 며칠 갑자기 계절을 건너뛴 기분이다.

한낮기온이 30도를 넘나들더니 갑자기 한파주의보가 내려진다.

겨울이 성큼 다가온 기분이다. 어린 시절을 회상해보면 날씨가 추워지기 시작할 때 사람들은 서둘러 월동준비를 하느라 부산을 떨었다.

집집마다 겨울이 오기 전에 김장하고 연탄을 집안 가득 채워 놓는 것이 연례행사였다.

창고에 가득 쌓인 연탄과 집 앞마당에 묻어 놓은 김장독을 보면 왠지 부자가 된 것 같고, 매서운 추위가 닥친다 해도 아무 탈 없이 겨울을 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생활 수준이 높아지고 김치냉장고와 가스히터, 기름보일러가 대중화되면서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김장 담그기와 연탄은 서서히 잊혀 가고 있다.

아무리 시대가 변하고 김치 소비량이 많이 줄었다고는 하지만 이맘때 김장을 하는 것은 우리 서민들 가정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겨울 먹거리를 준비하는 중요한 행사다.

가족 혹은 이웃들이 오랜만에 둘러앉아 오순도순 이야기를 나누며 김장을 하는 풍경은 지금도 그리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풍경이다.

김치가 우리 밥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반찬이다 보니 김장 시세에 언론들이 관심을 보이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할지도 모른다.

언론들은 앞다투어 김장 시세를 보도하며 가격을 예측하지만 너무 자극적인 단어들을 선택하는 것은 문제다.

‘금(金)치’, ‘고기보다 비싼 김치’, ‘김장하기 무섭다’, ‘올 김장 비상’ 등 마치 김치가 사치품이 된 듯한 착각마저 든다. 이런 기사를 접하고 나면 김치를 아껴 먹어야 할 것 같고 괜히 김장을 조금 줄여서 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게 된다.

한겨울 내내 우리 밥상을 책임져 줄 김치의 가격이 그렇게 비싼 것인가.

정말 금이나 고기보다 비싸고, 서민들이 먹기 힘들 만큼 고급스러운 반찬이 되어 버린 것이냐는 말이다.

농산물 가격이 비싸진다는 것은 이상기온이나 여러 가지 환경의 변화로 인해 생산량이 감소했다는 뜻이다. 그래서 농민들에게도 비싼 농산물 가격은 결코 좋을 수가 없다.

또 농산물 가격이 하락하는 이유는 그만큼 생산량이 늘었기 때문으로 우리 농업인들은 농산물의 가격이 비싸져도 혹은 싸져도 웃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사정을 안다면 김장 시세가 조금 오른다고 조금 내린다고 일희일비할 것이 아니라 지금도 자신이 흘린 땀의 결실을 거둬들이는 농업인들을 위해 조금은 농산물 시세에 둔감해지는 것은 어떨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김치의 주원료가 되는 배추, 그리고 김장의 양념 가격이 아무리 비싸지더라도 금이나 고기보다는 저렴하다는 것이다.

올 김장은 가격보다 우리에게 소중한 먹거리를 제공해 주는 농업인들의 수고를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 보는 것은 어떨까 한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