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투데이 김중곤 기자] “이크 에크”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오후 3시만 되면 대전 중구 산성동에 위치한 해밀어린이집에선 5~7세 유아의 택견 소리가 울려 퍼진다.

해밀어린이집은 지난 5월부터 오는 11월까지 ‘슬기로운 택견 교실’을 진행하고 있다.

이는 문화재청의 생생문화재 사업에 따른 것으로 대전에서 택견 활동을 하는 어린이집은 해밀이 유일하다.

10명이 참여하는 택견 교실은 가벼운 몸풀기를 시작으로 낙법, 기본 동작, 낚시걸이(발뒤꿈치로 상대를 걸어 넘어트리는 동작), 명상 등의 순서로 진행된다.

유아기엔 20분이 활동 시간으로 적당하나 해밀어린이집의 택견 교실은 5세는 30분, 6~7세는 50분까지 이어진다.

26일 대전 중구의 한 어린이집에서 원아들이 택견 자세를 취하고 있다. 사진 김중곤 기자
26일 대전 중구의 한 어린이집에서 원아들이 택견 자세를 취하고 있다. 사진 김중곤 기자

처음엔 적정 시간만 진행했으나 유아의 열화와 같은 성원으로 시간이 2배 가까이 늘었다.

이미숙 해밀어린이집 원장은 “유아가 ‘오늘 낙법 빼먹었어요’하면서 아쉬움을 보이니 점점 시간이 늘었다”며 “조그마한 유아들이 명상한다고 집중하는 모습을 보면 흐뭇하다”고 설명했다.

실제 26일 찾은 해밀어린이집을 찾아 한 유아에게 ‘택견이 뭐라고 생각해요’라고 묻자 “무형문화재요. 낚시걸이가 가장 재밌어요”라는 살아 있는 반응이 돌아왔다.

어린이집이 아닌 유아가 원해 꾸준히 진행되는 택견 교실인 것이다.

해밀어린이집이 택견 교실을 운영하게 된 계기는 유아의 건강한 성장이다.

정기적인 활동으로 신체를 단련하는 것은 물론 택견의 가치인 예절도 함양해 전인적 성장을 도모하는 것이다.

이미숙 원장은 “택견은 곡선적인 무예라 유아가 다치지 않고 즐길 수 있다”며 “처음엔 근육이 붙지 않아서인지 일자로 구르지 못하던 유아가 이제는 고꾸라지지 않고 잘한다”고 전했다.

학부모들의 만족도 높다.

해밀어린이집에 자녀를 등원시킨 한 학부모는 “수줍음이 많은 자녀였는데 택견을 시작한 후부턴 집에 손님에게 먼저 배꼽 인사를 한다”며 “자신감을 가지고 웃어른을 공경하는 자세를 배운 것 같아 뿌듯하다”고 전했다.

이같이 택견을 통해 성장하고 있는 해밀어린이집 원아들은 오는 내달 27일 유성구 전민동 근린공원에서 택견 공연을 펼쳐 지역민을 이목을 사로잡을 예정이다.

택견 교실을 진행하는 안순훈 한국택견협회 대전지부장은 “어린이집 택견 교실을 통해 우리의 문화가 뿌리를 잘 내려 전수되는 것 같아 기쁘다”며 “지금의 택견이 당장은 효과를 내지 않더라도 훗날 이들이 시련에 좌절하지 않고 이겨내는 힘을 줄 것이다”고 말했다.

김중곤 기자 kgony@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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