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도묵 대전세종충남 경영자총협회 회장

강도묵 대전세종충남 경영자총협회 회장
강도묵 대전세종충남 경영자총협회 회장

올해 추석 성묘는 그 어느 해보다 쓸쓸했다.

코로나19로 가까운 친척과도 함께 할 수 없었고, 집안의 어른을 모시고 산소에 오르는 일도 쉽지 않았다.

젊은이들은 사회적 거리두기에 막혔고, 어르신들은 무섭도록 진을 친 넝쿨식물을 헤치고 오르기에는 무리가 있어 산소에 오르는 길에서 윗대 어른들이 들려주는 집안 내력은 전혀 들을 수 없었다.

여기서 자연스레 집안의 가례가 전승되곤 했는데 이젠 그마저 가능하지 않았던 것이다.

코로나 탓만이 아니다.

그동안 덩굴식물들은 나무들이 자라기 힘든 계곡이나 산림 내 공한지, 햇빛이 잘 닿는 도로변에만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 성묫길에서 본 산의 모습은 전혀 달랐다.

여기저기 웅크리고 자리한 모습은 코끼리 떼 같았고, 잘 조림돼 있던 나무들까지 뒤덮고 있었다.

안을 들여다보려 해도 얼굴을 내미는 순간 가시가 달려들고 넝쿨이 목을 감아댔다.

겨우 빛이 후비고 들어온 틈으로 보니 소나무가 시커멓게 죽어가고 있다.

지금까지는 본 적이 없는 넝쿨의 무서운 행패다.

전에는 어쩌다 칡덩굴이 도로변에서 자라는 모습을 보는 게 전부라 칡꽃은 따서 차를 끓이고, 뿌리를 뽑아 칡즙을 내리는 즐거움도 있었는데, 요즈음은 소싯적 이야기가 됐다.

이러한 덩굴식물에는 칡만이 아니라 외국에서 들어온 환삼덩굴, 가시박 같은 것까지 합세해 우리의 산림을 먹어가고 있다.

그 실태는 너무도 심각해 대대적인 제거작업이 없으면 우리의 아름다운 강산을 잃을 지경이다.

산림청에 따르면 전체 산림면적 633만㏊ 중 4만 5000㏊가 덩굴류 식물의 피해를 보았고, 조림한 산림 피해도 1만 6679㏊에 이른다.

피해면적은 2018년 3만 4000㏊, 2019년은 4만 1000㏊, 지난해는 4만 5000㏊로 점점 늘고 있다.

이에 비해 제거작업은 피해면적의 59%인 2만 6000㏊에 그쳐 40% 이상의 피해 지역이 방치되고 있다.

덩굴식물은 마디가 흙에 닿기만 해도 그곳에 뿌리가 내린다.

이렇게 무섭게 개체 번식을 하는 식물을 그대로 방치한다면 우리의 산야가 황폐해질 것임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획기적인 발상과 대책이 시급하다.

코로나로 일자리가 필요한 인력을 이런 곳에 투입한다든지 하는 특단의 대책으로 우리의 산림을 지켜야 한다.

어린이들에게 책가방 대신 호미와 삽을 들게 하고, 학교로 가야 할 어린이가 산 숲정이로 헤매며 심은 나무가 아니던가.

식목일까지 지정하며 가꾸어 놓은, 그 피땀 어린 산을 덩굴식물에 내어주고 말 것인가.

산림은 경제성에만 국한되는 일이 아니고, 국민 정서 함양에도 크게 이바지한다.

푸름 속에서 자라는 아이들은 범죄율도 낮다.

우리의 산을 관리하는 일은 산림청과 지자체가 주도적으로 나서야 하지만, 나 몰라라 할 일도 아니다.

전 국민이 집 주변에 있는 덩굴식물의 제거에 손수 나서야 한다.

내 집 주위는 내가 쓰는 새마을운동처럼, 내 집 주변부터라도 정비하는 국민의 참여가 있어야 소기의 목적이 가능할 것이다.

더는 숲을 덩굴식물에게 내어주는 일은 없어야 하겠다.

내년 성묫길은 코로나도 물러가고, 무서운 덩굴식물도 없는 온 가족이 정겹게 오르는 오솔길이 되었으면 한다.

그리하여 3대가, 4대가 함께 조상을 찾아뵙는 성묫길이었으면 좋겠다.

윗대 어른들이 들려주는 집안의 내력으로 가훈도 가슴에 담고 어린아이들이 알밤이 미어터지는 호주머니를 자랑하는 날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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