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수 충북지속가능발전협의회 사무처장

▲ 박연수 충북지속가능발전협의회 사무처장
▲ 박연수 충북지속가능발전협의회 사무처장

보은 거리는 농민들의 땀방울과 정성이 담긴 보은대추 판매가 한창이다. 지나가던 차량들은 빨갛게 익은 보은대추에 넋이 빠진 듯, 차를 세우고 경쟁하듯 대추를 담는다. 한입에 쏙 들어가는 보은대추 한입 물면 그 사각거림에 침샘이 화수분처럼 솟아난다. 자식, 부모, 친구, 동료의 생각에 한 봉지 두 봉지 집어 들다 보면 어느덧 양손이 묵직해 온다. “왜 이렇게 많이 사가냐”는 질문에 “보은대추는 과일 중 으뜸으로 이 시기를 놓치면 먹을 수 없으니 주위에 나누어 먹으려 한다”며 “보은대추를 보고도 먹지 않으면 건강이 상한다는 말이 있지 않느냐”고 반문한다.

대추에 담긴 우주의 기운을 장석주 시인은 이렇게 노래했다. '대추가 저절로 붉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태풍 몇 개, 저 안에 천둥 몇 개, 저 안에 번개 몇 개가 들어서서 붉게 익히는 것일게다. 저게 저 혼자 둥굴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무서리 내린 몇 밤, 저 안에 땡볕 한 달, 저 안에 초승달 몇 날이 들어서서 둥글게 만드는 것일게다. 대추나무야 너는 세상과 통했구나!'

보은대추는 농부의 정성과 땀방울, 우주의 기운을 담고 세상 앞에 서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농민들의 시름은 깊어만 간다. 수확철이 다가오면서 인력 부족으로 수확하는데 차질을 빚었다. 건대추와 다르게 생대추는 과실 착색이 80% 이상 되어야 수확한다. 일일이 착색을 확인해야 하는 작업은 많은 시간과 인력이 필요하다. 이런 과정에서 대풍으로 인식되던 대추는 잦은 비와 흐린 날씨로 인해 과일로 팔 수 있는 대추 수확량이 줄어들었다. 농민들은 “기후 이상으로 대추가 물러지는 것이 많이 발생하였다”며 “기후위기에 대한 대비를 미리 해야 대추를 비롯한 농작물을 제대로 생산할 수 있다”고 항변한다.

인력 부족과 기후위기는 농촌지역 농업부문 최대 화두다. 미리 선제하지 않고 안일하게 대처하면 큰 화를 입는다. 국가정책과 맞물려 지역에서의 특성에 맞는 대비책이 필요하다. 보은대추의 지속성을 넘어 농산물 생산과 판매를 위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UN에서도 지속가능한 농업이 중요한 화두다. 기후위기로 인한 농업 생산의 감소와 자원의 효율적 이용, 노동력 감소 대응을 위해 ICT 기술을 활용한 정밀농업(PA Precision Agriculture)에 대한 발 빠른 대처가 필요하다.

농업은 국가의 근본이다. 근본을 새기고 육성하고 발전시켜나가는 것이 시대의 과제다. 백두대간의 기상과 한강과 금강의 시원인 보은에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보은대추와 농업 발전'의 교두보를 만들어보자. 국토의 중심 보은! 그 출발점이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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