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학회 한서대학교 교수

좀 지난 이야기다. 미국의 지원을 받던 아프가니스탄 정부가 탈레반에 의해 무너졌다. 그리고 탈출행렬이 있었고 그들 일부는 우리나라에도 왔다. 미국은 지난 20년간 2조 달러라는 상상을 초월하는 엄청난 자금을 지원하여 아프가니스탄을 자유시장주의 국가로 세우려 했으나 실패했다.

1970년대 중반 베트남에서 그랬듯이 최첨단 장비와 엄청난 전쟁 물자를 갖춘 미군은 험준한 지형를 무대로 싸구려 AK소총으로 무장한 탈레반에게 패퇴했다.

미국은 그들이 그토록 중시하던 인권 특히, 탈레반으로부터 여성의 인권이 유린당할 것이 눈에 보이는데도 그들의 국익을 위해 철수를 결정했다. 탈레반의 수도 카불 입성 소식이 나왔고, 돈을 네 대의 차량에 싣고 도망간 아프간 가이 대통령의 뉴스가 나왔고 그의 자식들은 미국에서 호의호식하며 산다는 뉴스도 나왔다.

아프간의 여성들이 용감하게 시위를 벌이고 반 탈레반 세력이 험준한 지역인 판지시르에서 저항한다는 뉴스가 잠깐 있었지만 강고한 율법으로 무장한 이슬람의 세력권에서 큰 영향을 미치지는 못할 것이다.

그렇다면 승리한 탈레반 정권에게 위기를 불러오는 것은 무엇일까? 또 다른 초강대국의 침략? 아니면 종교를 위해서라면 살인도 서슴치 않는 극단적 교리에 의한 국가운영의 왜곡?

그들이 승리하고 입성한 지역에서 먼저 한 일이 전사들에게 나눠주기 위해 12세에서 45세까지의 결혼 상태가 아닌 여성들의 차출 명단작성이었다 하니 그들은 승리의 보상으로 가장 먼저 원초적 욕망을 앞세웠다. 원래 게릴라들은 일상이 전투여서 늘 무장상태지만 전쟁에서 승리하여 정권을 잡고, 정부가 구성되고, 체제가 안정되면 ‘평화의 시기’를 맞는다. 그런데 욕망, 시기, 질투, 부정부패 등 인간 본연의 모순들이 더 활개 치는 때가 평화의 시기이다. 이미 내분이 있었고 자기들끼리 총질하여 누구누구가 부상을 입었다는 뉴스도 나왔다.

얼마 전 대전의 어느 가로에 걸린 현수막에 ‘어제는 베트남 오늘은 아프가니스탄 그 다음은 한반도에서 미군철수’라는 구호를 봤다.

이 구호를 다른 말로 바꾸면 베트남, 아프가니스탄 그 다음은 대한민국의 패망이라는 섬뜩한 느낌이다.

자유주의가 패퇴한다면 우리 사회는 어떻게 될까? 언제나 최대의 적은 스스로 타락하고 부패하는 것이다. 우리 국가가 그렇고 우리 자신이 그렇다. 내부의 부패와 모순 때문에 우리도 벼락처럼 망할지 모르니 스스로의 부패와 타락의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 할 것이다.

대선정국, 우리는 온갖 부정부패의 소식에 불같이 화를 내면서도 한편으로는 정치적 입장에 따라 그 부정과 부패에 무감각해지고 있다.

이러한 때, 우리 안의 어떤 모순이 게릴라처럼 비집고 나와 사회를 전복하려는지 염두에 두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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