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노인 복지관 등 10곳 조사
지난해比 절반 이상 후원금 감소
기부 시즌 4분기… 최저치 찍을 듯
보조금으로 어렵게 운영하기도
“암울한 전망… 자구책 마련 고민”

충청투데이 그래픽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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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투데이 최정우 기자] #. “내년에 … 아니 상황이 나아지면 할게요. 죄송합니다.” 지역 노인복지관 모금팀 직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김모(34) 대리가 최근 기업사회공헌 담당자와의 통화 내용이다. 수년간 현금·현물 지원을 해왔던 기업들이 코로나19 영향으로 매출적자를 보이면서 복지관의 연락을 부담스러워 하는 것이다. 그는 “코로나가 많은 것을 바꿔놨다. 신규사업 제안은커녕 기존사업도 예산이 반토막나서 프로그램 참여인원을 줄여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며 “어려운 사정은 공감하지만 복지관과 미팅 자체를 거절하는 기업도 있어 아쉽다”고 말한다.

지역 기업·개인들의 나눔의 정이 메마르며 소외계층의 연말은 더욱 추울 것으로 보인다.

매년 4분기가 개인·기업들의 기부가 정점을 찍는 시점이지만, 4분기 시작을 알린 이달 초부터 주변 어려운 이웃을 향한 온정이 끊기고 있어 올해 기부액은 역대 최저치를 기록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13일 본보가 지역 소재 종합·노인·장애인 복지관 10곳의 지난 1~3분기 기부현황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대비 평균 55% 가량 후원금이 줄었다.

이중 복지관의 규모가 클수록, 추진하고 있는 프로그램이 많은 곳일수록 타격은 심했다.

실제 대부분 기업의 현금후원으로 복지관을 찾는 대상자들에게 프로그램을 선보이는 S노인복지관의 경우 지난해 대비 후원이 78%가량 줄면서 대비책 마련에 분주하다.

기존 어르신들의 참석율이 높은 프로그램 위주로 합반하거나 참여인원이 5인미만인 프로그램은 폐지하는 등 현실에 맞춘 복지관 운영에 나서고 있다.

기업 후원대비 개인 기부도 상황은 마찬가지.

3년 전만하더라도 일부 복지관들은 '소액기부'도 주변 어려운 이웃을 도울 수 있다는 자긍심을 키우고 기부문화를 전파하기위해 한달 평균 10~15곳에 현판식을 진행했지만, 코로나로 인해 자영업자들의 매출에 적잖은 타격을 입으면서 올해 현판제작은 80%이상 줄었다. 현판을 걸수 있는 최소 기부금액도 하향조정했지만 ‘개인기부 활성화’로 이어지진 못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심지어 영세한 규모의 지역 L장애인복지관의 경우 올해 1~3분기 개인 현금기부는 10만원, 현물(생필품) 후원은 30만원이 전부다보니 지자체 보조금으로만 어렵사리 운영하고 있다. 상황이 이러하자 지역복지계는 1~3분기에 이어 기부 대목시즌이라 불리는 4분기도 암울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지역복지계 관계자는 “지자체 보조금을 제외하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수요자들에게 제공하기위해서는 현금 및 현물 후원이 바탕이 돼야하지만 시국이 시국이니만큼 기업과 개인의 기부는 예전만 못하다”라며 “4분기 개인·기업의 기부행렬 분위기가 좀처럼 살아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지역복지관들마다 자구책 마련을 위한 고민이 깊다”고 말했다.

최정우 기자 wooloosa@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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