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인 국민연금공단 충주지사 부장

▲ 이재인 국민연금공단 충주지사 부장

20대 대선은 어떤 정책 방향을 제시하면 좋을까? 표심은 어떻게 결정될까? 대선을 6개월여 남긴 상태에 여야를 막론하고 여러 후보들이 자신의 비책을 담아 출사표를 던지고 있다.

으레 그렇듯이 먹고 사는 문제는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법인지라 각 후보마다 경제정책에 역점을 두고 있는 듯하다.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에 대한 비판적 정서가 세간에 깔려 있고 최근 중국발 헝다그룹 유동성 위기로 금융시장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연말 쯤 후보군이 정리되면 경제공약이 경쟁적으로 쏟아지게 될 것이고 지금보다 훨씬 구체화될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후보자들이 두리뭉실하게 넘어갈 것으로 예상되는 부분은 연금개혁이다.

후보자들이 연금개혁에 방점을 두지 않을 이유는 간단하다. 뾰족한 수가 없고 선거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아서다.

연금가입자의 부담을 증가시키고 미래 수급액을 줄이는 방식 이외에는 획기적인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한 표가 절실한 시점에 부담스런 정책을 누구도 말하지 않을 것이고 유권자는 현재의 국민연금 체제를 유지하는 것이 자신에게 유리하거나 먼 미래의 일로 미루고자하는 성향이 강해 보인다.

사실 그동안 국민연금은 보험료율을 올리고 급여율은 낮추는 방식으로 변화를 꾀해왔다. 이 외에도 주식과 해외자산의 비중을 늘려 기금 수익률을 극대화함으로써 소진 시기를 늦추려는 노력을 해왔다.

그럼에도 여전히 국민연금의 장기지속성에 대한 국민들의 의구심은 사그러 들지 않고 있다. 언론을 통해 기금자산이 늘어가는 추세의 그림을 접하고 있지만 2040년을 지나면 올라왔던 것보다 더 빠른 속도로 감소하는 그림을 접하게 될 것이다.

기금이 고갈되는 2050년대에 들어서면 25~60세 인구는 국민연금 수급자에 약정된 지급금을 충당하기 위해 이전보다 더 큰 부담을 떠안게 될 것이 분명하다.

따라서, 미래세대의 경제적 부담을 늘리는 현 체제를 그대로 두는 것은 불공평하다. 성장과 분배의 조화가 화두이고 공정과 공평이 시대정신인 지금 그 적용대상이 현 세대에만 국한된다면 이는 세대 간 갈등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

미래세대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지금까지는 자산의 규모를 늘려 기금소진 시기를 늦추는 노력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거꾸로 소진시점의 충격을 줄이기 위해 순차적으로 연금제도를 어떻게 조정해 나가야 할 지 공론화해 국민들의 동의를 구하는 정치과정이 진행돼야 한다.

장기적으로 부과방식으로의 전환이나 다층소득보장체계 구축, 사각지대 해소 방안 등을 여야 모두 정책 경쟁의 장에 올려 놓아야 할 시점이다.

1997년 암울했던 IMF 가을로부터 어느덧 24년이 훌쩍 지났다. 앞으로 30년 후 국민연금은 어떤 모습일지 상상해 보라. 아마 이 또한 우리가 지나온 24년처럼 스치고 지나갈 것이다.

더 이상 먼 미래 일로 미뤄둘 것이 아니다. 연금개혁, 지금부터 시작해도 늦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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