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 파고를 넘는다]천안 해드림농장

▲ 선 주문 후 도정으로 유명세를 탄 해드림 쌀. 신선도와 품질로 친환경 쌀의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했다.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한창인 가운데 어느 때 보다 농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하지만 전국에서 생산되는 똑같은 쌀을 자신만의 특색있는 재배 및 영업기법으로 전국에 판매, 일약 스타 쌀로 급부상시킨 농업인이 있어 우리 농산물의 경쟁력을 키우는 표본이 되고 있다.

인터넷 쌀 '해드림' 농장 대표 이종우(54·천안시 성환읍 복모리)씨. 이씨는 농산물시장 개방 파고로 농촌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국민들의 건강에 대한 높은 관심을 간파, 품질 좋은 브랜드 쌀을 찾는 소비자들의 욕구를 충족시킨 친환경 쌀의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했다.

지난 2002년 4월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지에 소개되기도 했던 '해드림 쌀'은 어려움에 직면한 우리 쌀 농업의 새로운 돌파구를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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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에는 신지식인 농민으로도 선정된 이씨는 전자상거래를 통한 브랜드화에 성공, 지금까지 명성을 이어오고 있다.

주문 즉시 도정해 드린다는 의미의 '즉시 도정 쌀'로도 유명한 이 쌀은 소비자들을 겨냥한 친환경 농법으로 벼를 재배한 뒤 벼의 건조·저장·가공·포장 및 품질·검사 전과정을 최첨단 시설로 처리해 쌀의 품질을 크게 높인 것이 특징이다.

특히, '선(先) 주문, 후(後) 도정' 원칙을 고집, 먼저 주문을 받고 벼를 도정·포장해 배송하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그만큼 쌀의 신선도가 높은 햅쌀 같은 밥맛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 단골 소비자는 물론 새로운 소비자들을 불러 모을 수 있는 가장 큰 장점이다.

이처럼 품질 차별화와 전자 상거래를 통해 판매된 해드림 쌀은 현재 1만명의 소비자가 고정적으로 이용하고 있으며, 일반 소비자가격보다 1만 원에서 1만 5000원 이상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재주문 비율이 90%가 넘는다.

실제 국내 쌀 농업의 극심한 침체 속에서도 '해드림 쌀'은 인터넷을 통해 지난 한 해 동안 5억 원의 쌀이 인기리에 팔려나갔다.

'해드림 쌀'이 명품으로 성공하기까지는 이씨의 끊임없는 품질개선 노력과 치밀한 마케팅 전략, 독특한 영업방식 등 3박자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지난 97년 서울 직장생활을 접고, 고향인 천안으로 귀농한 이씨는 부모에게 물려받은 6만평의 논에 벼를 심어 일명 '쌀 장사'를 하기로 결심했고 판매는 비용이 적게 드는 전자상거래를 활용하게 되면서 사업의 첫 단추를 끼웠다.

이씨는 인터넷 판매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소비자 신뢰 확보'를 최우선 원칙으로 삼았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고객마다 이메일을 발송, 주문 내용을 확인하는 한편, 농사 현황과 관리현황 등을 자세히 홈페이지에 수록해 소비자들로부터 신뢰를 쌓아 나갔다.

또한, 고품질 벼만을 엄선, 재배해 주문을 받은 즉시 쌀을 찧어 소비자들에게 발송한 후 고객이 언제, 어떻게 배달되는지에 안내메일을 보내는 등 고객들의 편의를 도왔다.

자신이 생산한 것은 물론이고 다른 농민들로부터 사들이는 각종 생산물도 오로지 최고급만 골라 사용했다.불만이 있는 소비자들에 대한 '리콜제'를 실시해 신뢰도를 더욱 높여나갔다.

게다가 고객위주의 상품주문 편의성을 도모하기 위해 수신자 부담전화, 카드결제, 수수료 없는 온라인 입금결제 방식을 운영하는가 하면 생산된 쌀은 홈페이지 외에 민간쇼핑몰을 통해서만 판매해 명성을 이어갔다.

포장지도 특수 제품만 이용하는 등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을 썼고, 주문부터 배달까지 기간을 전국 어디서나 2∼3일 정도로 단축시키는 최단 배송시스템을 구축, 운영했다.

전자상거래 홈페이지도 각종 메뉴를 신설해 고객들이 재배부터 운영, 주문, 구입까지 한눈에 모든 것을 파악할 수 있도록 꾸몄다. 소비자의 상담요청에 대해서는 가능한 한 친절하고 빠르게 답변을 기재하고 각종 행사도 마련해 소비자가 아닌 한가족이 함께 농사를 지어먹는다는 친숙함을 느낄수 있도록 배려했다.

이 같은 노력으로 홈페이지 개설 후 이씨의 소득은 연간 2억 5000만원을 넘겼고 지난해에는 연매출 5억 원으로 성장했다.

쌀이라는 단일 품목으로 전자상거래를 통한 성공적인 농업인으로 손꼽힌 이씨의 성공비결은 '소비자의 구미에 맞는 차별화된 쌀을 생산, 판매해야겠다'는 생각에서부터 시작됐다.

해드림 쌀과 마찬가지로 다른 선도 농가들도 자체 도정기를 갖추고 주문을 받아 즉석 도정 후 배송하는 방식을 택해 오프라인 판매장과 차별화된 쌀을 판매하고 도정 방식도 직접 현미·백미 등을 고객이 선택할 수 있게 했다는 점이 공통된 특징이다.

성공한 전자상거래 농가들의 또 다른 공통점은 브랜드화를 남들보다 일찍 시작해 고객들의 인지도를 높였다는 점이다.

이씨의 경우 해드림 쌀을 브랜드화를 시킨 뒤 전략적인 홍보 및 적극적인 판매를 동원해 구매율을 크게 끌어올릴 수 있었다.

쌀 브랜드화에 이어 판매에 성공한 농업인이 되기까지는 곳곳의 불리한 암초를 극복해야 했다.쌀은 꾸준히 소비되는 농산물 중에서도 가격변동이 가장 적기 때문에 많은 농업인들이 전자상거래에 도전하고 있지만 소비자가 가까운 판매점이나 할인점에서도 쉽게 구매할 수 있고 전자상거래에 의한 가격 차별화가 쉽지 않아 성공하기 매우 어려운 게 현실이다. 특히 쌀 전자상거래 농업인들의 순이익률이 3~5% 수준으로 매우 낮은데다 기타 할인점과 비교해 소비자들에 대한 가격경쟁력을 갖추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 큰 문제다.

할인매장에서 4만 원대에 형성된 20㎏들이 쌀은 온라인 시장에서는 대개 5만 원 선으로 농가는 3.5~4%의 카드 수수료와 3000~5000원의 택배비 및 홈페이지 유지비용 등을 부담하게 되면 수익이 크게 줄어든다.

소비자들도 높은 가격 때문에 직거래에 대한 매력을 느끼기가 쉽지 않다.

쌀 전자상거래 업계에서는 손해를 보는 가격으로 전자상거래를 하는 농업인도 많이 있는 만큼 가격 결정을 신중히 하고 차별화된 품질로 온라인 시장을 어떻게 개척해 나갈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선행돼야 한다고 충고하고 있다.

이같은 우려를 깨끗이 불식시킨 이씨에게도 '해드림 쌀'이 한 단계씩 도약하는데에는 많은 장애가 뒤따른 게 사실이다.

전자상거래 기반이 좋지 않아 쌀을 판매하고도 실제 손에 쥐는 돈은 별로 없기 때문이다.

20㎏들이 쌀 한 포대를 5만 8000원에 판매하면 택배비와 카드결제 수수료, 도정비 등 기본 경비로만 판매액의 10%가 지출된다. 여기에 월 인터넷 사용요금 2만 5000원과 호스팅 및 주문결제 위탁운영비 10만 원을 빼고 나면 실제 수입은 그리 많지 않는 수준이다. 게다가 최근들어서는 '해드림 쌀'의 단골고객의 재주문 및 고객 가입률이 주줌해 불안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광고 등의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하지만 경제적 여건상 큰 반응을 불러 일으킬만한 대대적인 홍보도 쉬운 일만은 아니다.

그러나 이씨는 품질이 좋으면 기존 소비자는 꼭 다시 찾게되고 새로운 고객도 꾸준히 늘어난다는 믿음은 언제나 동일하다.

이씨는 "경험으로 비춰볼 때 인터넷 이용자들은 품질이 조금만 떨어져도 바로 구입을 중단하기 때문에 전자상거래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품질관리"라며 "전자상거래의 경우 택배비와 카드 수수료, 초고속통신망 문제, 홍보 등을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밥맛 소비자가 더 잘알아좀 비싸도 꼭 다시찾아요
[인터뷰]이종우 해드림 농장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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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이 없는 겨울철이 더 바쁩니다." 얼마전 전북 김제시 농업기술센터에 초청 강의를 다녀온 이종우(54)씨. 한가로워야 할 겨울철 농한기에 전국에서 들어오는 강의요청을 소화해 내느라 누구보다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전국 자치단체들이 성공한 농업인의 사례를 알려 경쟁력 있는 농업인으로 변모시키기 위해 앞다퉈 이씨에게 강의를 요청하고 있는 것. 이씨는 전국을 다니는 강행군에도 동료 농업인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다는 생각을 하면 언제나 발걸음은 가볍다. 이씨는 "강의마다 농민들에게 도시생활과 농촌생활의 차이점이 무엇인지 되묻는다"면서 "도시와 농촌사람들은 건강, 삶의 방식, 습관에서부터 서로 많은 차이를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차이점을 먼저 알고 도시민들이 과연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잘 간파해 어떻게 하면 그들의 입맛에 맞는 쌀이나 채소, 과일을 신속하고 신선한 상태로 공급할 수 있을지 항상 고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주문을 받자마자 바로 찧은 쌀을 먹는 소비자는 분명 밥맛의 차이를 알게 되고 가격이 좀 더 비싸더라도 양보다는 질을 원하는 소비자는 다시 찾게 된다"면서 "소비자는 신선한 농산물, 주문 즉시 배달, 직거래로 인한 저렴한 가격을 원한다"고 밝혔다.

 서울생활을 접고 고향에 돌아온 이씨가 인터넷 홈페이지를 열고 전자상거래에 뛰어든 것은 힘들게 농사를 지어도 손에 남는 것이 별로 없다는 것을 절감했기 때문이다. 이씨는 정성껏 만든 쌀을 소비자가 다시 찾을 수 있는 방안을 찾던 중 전자상거래가 제격이라고 판단, 즉시 실행에 옮겼다.

 이씨는 "만일 전자상거래를 하지 않았다면 나도 다른 사람처럼 하릴없이 농한기를 보내고 있었을 것"이라며 "첫 주문이 들어왔을 때의 기분은 결코 잊지 못한다"고 회상했다.

 이씨가 전자상거래를 통한 쌀 판매에서 가장 신경을 쓰는 것은 품질. 얼굴을 맞대고 판매하는 기존 거래와는 달리 인터넷 이용자들은 품질이 조금만 떨어져도 바로 구입을 중단하기 때문이다.

 이씨는 '해드림 쌀'의 품질 유지를 위해 매일 오후 12시 주문을 마감하고 다음날 정미소에서 주문받은 만큼만 도정해 택배로 즉시 배송하고 있다.

 '해드림 쌀'의 이름이 날로 높아지면서 대형업체들이 주문을 요구하고 있지만 재고 발생에 따른 이미지 하락을 우려해 아직까지 인터넷을 통한 개별판매만을 고집하고 있다.

 이씨는 "친환경 쌀이 전국 각지에서 생산되는 만큼 이제는 친환경 쌀이라고 소비자들이 모두 찾을 것이라는 판단은 구시대적"이라며 "앞으로는 친환경 농업이 아닌 기능성 농업으로의 변환이 필요할 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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