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희 한국수자원공사 환경본부장

오늘날 인류가 누리는 풍요의 많은 부분은 화학물질에 의존하고 있다.

전 세계에 유통되는 화학물질의 수는 무려 7000만 종 이상으로 산업분야와 의약품, 농축산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된다.

그러나 무분별하거나 부도덕한 화학물질 사용은 환경과 삶을 파괴하는 독이 된다.

20세기 환경분야 고전 ‘침묵의 봄’은 DDT(살충제)에 대한 몰이해가 얼마나 큰 재앙이 되는지 낱낱이 고발했다.

또한 영화 ‘다크워터스’는 1980년대부터 20여년 동안 환경호르몬인 과불화옥탄산(PFOA)을 무단으로 매립해 온 화학기업 듀폰(Dupont)의 실태를 폭로하고 있다. 만약 이 당시에 역추적으로 오염원의 유래를 밝힐 수 있었다면 비극을 최소화할 수 있지 않았을까?

화학물질 사고를 막기 위해 환경기준과 기술 수준을 높이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환경기준이란 화학물질의 생산·유통량과 독성영향, 환경 내 잔류시간 등을 모두 고려해 결정된다.

유럽연합이나 미국 등을 포함해 전세계 대부분의 나라가 이러한 방법으로 환경기준을 설정하되, 새로운 물질에 대해서는 2~4년 정도의 예비 모니터링을 해서 환경기준 설정이 필요한지를 판단하고, 환경영향이 있다고 판단되는 물질에 대해서는 새로운 환경기준을 수립해 관리하고 있다.

엄격한 환경기준 수립과 관리, 기술향상은 한국수자원공사의 가장 중요한 과업 중 하나다.

한국수자원공사는 최근 선제적 수질관리를 위해 2가지 새로운 기술을 개발했다.

‘오염물질 역추적기술’, ‘신종 화학물질 탐색 기술’이다.

‘오염물질 역추적 기술’은 화학물질로 인한 환경오염사고가 발생했을 때 동위원소판별기법을 이용해 오염원이 어디에서 배출됐는지 신속하게 찾는 기술이다.

1,4-다이옥산의 오염 관련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함으로 수질 이상 발생 시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어 사고 확산을 최소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 이 기술을 유류, 과불화합물과 같은 환경호르몬 물질 등으로 지속해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신종 화학물질 탐색 기술’은 환경기준이 수립된 화학물질은 물론 아직 환경기준이 수립되지 않은 신종 화학물질도 함께 스캔해서 찾아내는 새로운 검색기술이다.

미량의 물질도 분리해 낼 수 있는 고성능, 고분해능의 장비와 데이터 해석 기술이 접목돼야 하는 고난이도의 분석방법이나, 지난 10여 년 동안의 꾸준한 투자와 기술축적을 통해 한 번에 검출할 수 있는 화학물질을 극대화할 만큼 실용화했다.

이 기술은 앞으로도 우리에게 끊임없이 새롭게 다가올 미지의 성분으로부터 먹는 물의 안전성을 지켜주는 중요한 파수꾼이 되어줄 것이다.

기후위기로 급변하는 환경 속에 수질의 안전을 지키는 일은 더욱 중요해졌다. 그만큼 한국수자원공사의 시대적 사명과 책임감도 높아졌다. 끊임없는 기술 혁신과 노력으로 새로운 수질관리 시대를 개척하고, 대한민국의 수자원과 먹는 물, 수생태계의 풍요와 안전을 지켜나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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