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대전 ‘노잼도시 탈출’ 프로젝트] 19편-대전 원도심 '한바퀴'

 

인간의 삶과 마찬가지로 ‘도시’도 세월이 흐르면 쇠퇴의 길을 걷는다. 하지만 쇠퇴한 도시를 다시 부흥시키는 '도시재생'을 통해 오래된 도시는 새로운 모습으로 태어나게 된다. 최근 10여 년간 대전 원도심은 도시 균형 발전을 위한 재생 작업이 꾸준히 진행돼 왔다. 때문에 대전 원도심에선 근대부터 현대까지, 그동안 100년이 넘도록 걸어온 시간을 보고 느낄 수 있다. 오래된 풍경을 간직한 원도심은 현재 이 가을과도 잘 어울린다. 대전 원도심 여행 포인트는 근대건축물을 허물지 않고 새롭게 활용한 건물 찾기, 과거의 거리 둘러보기, 오래된 건물 외벽에 그려진 그림 찾기, 낡은 건물을 리노베이션해 빈티지한 카페나 갤러리 찾기 등이 있다. 그동안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던 원도심의 노후 건물들이 트렌디한 공간으로 변신하면서 침체된 골목 상권에 활력을 불어넣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번 대전노잼도시 탈출 프로젝트에선 원도심을 새롭게 조명해 보며 발길 닿는 곳마다 옛 추억과 함께 문화의 향기를 느낄 수 있는 의미 있는 여행을 함께 그려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대전 최초의 산업지…원동 철공소 거리

원동 철공소거리. 사진=정민혜 기자
원동 철공소거리. 사진=정민혜 기자

“쇳덩어리를 예술 작품으로….” 대전 100년의 역사가 남아 있는 동구. 그중 원동에는 기계금속, 판금표면처리, 전자기기 등을 전문 분야로 하는 31개 철공소가 남아 있다. 대전 최초의 산업지역이자 지역의 경제와 산업을 이끌었던 원동 철공소 거리를 걷다보면 과거의 흔적들을 곳곳에서 살펴볼 수 있다. 그동안 방치됐던 폐가가 소상인과 예술가들의 창작 공간으로 재탄생되며 최근 대전의 떠오르는 관광지로 불려지고 있다. 세월의 흐름 속에서 낙후돼 아무도 관심을 주지 않았던 이곳에 한 문화예술단체가 주민들과 함께 예술작업을 시작하며 동네 곳곳 숨겨진 원석들을 보물로 탈바꿈 하고 있다. 거리마다 비릿한 녹 냄새와 함께 기계 부품으로 만든 거대한 로봇 조형물 등이 시선을 끈다. 짧게는 20년부터 길게는 50년 이상 숙련된 전문가들의 투박하지만 노련한 기술이 모여 철공문화 공동체를 이루고 있다.

무궁화 갤러리 입구. 사진=박효진 인턴
무궁화 갤러리 입구. 사진=박효진 인턴

대전 최초의 동사무소였던 오래된 창고는 '무궁화 갤러리'라는 이름을 얻고 철공소 사장님들이 예술혼을 발휘할 수 있는 아기자기한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갤러리 내부는 상시 개방 돼 있어 내부에 전시된 작품을 맘 껏 관람할 수도 있다. 갤러리 입구 벽면에선 사장님들이 하나 둘 씩 붙여 놓고 간 톱니바퀴, 볼트, 엔진 등 각종 오래된 부품들이 예술작품으로써 품위를 지키고 있다. 작품을 만든 철공소 장인들은 직접 작품 도슨트로 참여해 작품과 거리를 설명해주기도 한다.

◆서울은 익선동, 대전은 ‘소제동’이 있다

소제동. 사진=박효진 인턴
소제동. 사진=박효진 인턴

레트로(복고) 열풍과 함께 과거와 현재가 공존해 있는 장소들이 핫플레이스로 각광받고 있다. 서울에 종로 익선동이 있다면 대전엔 소제동이 그렇다. 이곳에는 철도원들의 애환이 깃든 철도관사촌이 있다. 소제동은 약 100년 전 대전에 철도를 부설하기 위해 일본인들이 소제호를 메우고 집을 지어 살았던 관사에서 시작했다. 1910년 대전역 주변에 남관사촌과 북관사촌이, 1920년대에 소제동 동관사촌이 생성됐는데 남관사촌과 북관사촌은 6.25 전쟁으로 파괴돼 거의 흔적이 없고, 동관사촌은 1960년대 옛 철도청 직원들에게 제공하면서 지금의 소제동 관사마을이 형성됐다.

소제동에 위치한 태국요리전문점. 사진=정민혜 기자
소제동에 위치한 태국요리전문점. 사진=정민혜 기자

소제동에선 오래된 가게, 빈집들 사이를 걷다보면 독특한 콘셉트의 공간들이 나타난다. 개성 넘치는 카페와 신흥 맛집으로 떠오른 식당이 옛 골목 사이사이에 숨어 있어 발길을 멈출 수밖에 없게 만든다.

대흥영화사 내부. 사진=빅효진 인턴
대흥영화사 내부. 사진=박효진 인턴

소제동에서 조금만 걸어 자리를 옮기면 작고 허름한 주택을 개조해 만든 지역의 문화예술 공간인 ‘대흥영화사’도 만나볼 수 있다. 이 곳은 30평 남짓 아담한 규모지만 안채와 별채, 마당에 옥상까지 있는 전형적인 옛날 가옥의 모습 그대로 공간적 특징을 간직하고 있다. 대흥영화사에선 각종 의상과 스튜디오 공간을 대여하고 있다. 사진 및 단편영화 촬영을 통해 배우 체험을 간접적으로 할 수 도 있다. 배기원 대흥영화사 감독의 단편영화 관람도 가능하다.

◆카페 투어를 떠나보자, 대흥동 카페거리

대흥동 카페거리. 사진=정민혜 기자
대흥동 카페거리. 사진=정민혜 기자

대흥동은 대전의 대표 원도심으로 대전의 중심이 유성과 둔산으로 옮겨가면서 낡은 구도심으로 전락해 가고 있던 도시다. 그러나 대흥동은 도시재생을 통해 새롭게 태어나고 있다. 마치 시간이 멈춰버리기라도 한 듯한 골목골목에선 예술의 향기가 가득하고, 예쁘고 세련된 카페와 낡고 손때 묻은 풍경을 감상할 수 있으며 오래돼 색 바랜 간판과 벽, 시대극에서나 볼 법한 골목 등 볼거리가 무궁무진하다. 이 가운데 카페들이 즐비한 카페거리는 새로운 재미요소다. 대흥동 카페거리는 중앙로역 4번출구에서 대전여중으로 향하는 방면이다. 카페투어를 즐기는 젊은이들에게 핫플레이스로 각광을 받고 있다. 구 건물과 세련된 도시 이미지가 느껴지는 카페가 있는가 하면 그 속에 70~80년대의 향수를 떠올리게 하는 손때 묻은 풍경이 함께 숨을 쉰다. 60년 넘은 서까래와 대들보를 고스란히 활용한 곳과 예쁘고 고급스러운 컨셉의 카페까지 모두 만나 볼 수 있다. 프랜차이즈 카페와 다르게 구조물, 소품, 풍경 등 과거와 현대시대를 모두 느낄수 있는 곳이다.
이정훈 기자 classystyle@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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