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각 김용각건축사사무소 대표

분주한 차량들로 채워진 천변고속도로에 아침 햇살로 길게 드리워진 가로수 그림자를 밟으며 부드러운 바이올린으로 연주되는 포스터의 스와니강을 듣게 되는 가을 아침이 싱그롭고 푸근하다. 예기치 않았던 이 아침의 상황은 마치 서정드라마의 인트로 영상처럼 내 마음속에 강렬하게 각인된다. 2021년 가을의 기억으로 남으리라 기대한다. 삶은 기획의 연속이다.

무얼 먹을지, 무얼 입을지,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어도 매번 다른 시도를 통해 만족도를 올리려고 한다.

교복세대의 끄트머리로서 검은 교복과 검은 운동화, 회색 가방의 단순함 속, 진파랑 체육복은 유치함을 무릅쓴 유일한 색의 탈출구였음을 떠올리며 빈 웃음이 나온다. 좋은 기획은 좋은 요구에 의해 만들어진다.

집을 설계할 때 방 3개, 큰 거실과 주방, 화장실 2개 등의 기본 공간만 요구하는 것과 부부방과 아이방은 사용자의 필요를 나열하고 거실과 주방은 특화된 개념을 요구하는 것에서 결과물은 큰 차이를 가져온다.

요구사항을 듣는 건축사의 전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한 업그레이드된 개념을 얻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최근 대전시는 지속발전 가능한 도시구현을 위해 주민참여예산 정책숙의형 공모사업을 개최했다.

시민들의 삶 속에서 느끼고, 필요한 것을 정책으로 만들어 실행하고자 하는 대전시의 의지와 소중한 예산의 적정 투입에 대한 시민의 공감대를 형성해 시민의 응원을 대전시의 추진 동력화하는 기회라고 생각한다. 참여한 심사위원들은 장시간의 발표, 질의, 평가를 통해 이번 정책의 시도를 매우 우수하게 평가했고, 지속적으로 확대돼야 할 정책방향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이런 정책의 변화는 시민의 관심을 끌어내고, 시민의 자발적 참여를 통해 시정을 이해하게 하며,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시의 미래를 그려보게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숙의과정에서 이웃과 함께 서로의 생각과 현안문제에 대한 해결방안을 나누며 소통하게 되어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가져오게 된다.

좋은 행정의 기획이 가져오는 선한 영향력인 것이다. 이런 행정의 기획이 좀 더 확대됐으면 한다. 무엇보다도 하드웨어에 속하는 도시와 건축, 교통 관련 행정에서의 변화가 시급하다. 시 전체가 개발 붐으로 들썩이다시피 하는 시점에 아직 시의 미래상을 그려보지 못한 부분이 많은 상태에서 자칫 제재 일변도의 경직된 방침과 일방적 강행이 있을까 염려된다.

수치상의 고층과 고밀의 문제가 아님을 알고 지역성을 유지하는 것과 지역민의 존속을 보호하는 것, 그리고 전체적인 균형을 이루는 것, 특화된 컨셉을 통해 새로운 도시환경을 조성하는 것 등 시민과 지역 전문가의 의견을 가감 없이 수렴하는 자리를 마련해 ‘기회의 때’를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시민과 전문가의 새로운 제안을 통한 기획과 행정의 깊이 있는 소통을 통해 대전시의 틀이 멋지게 변화되어지길 기대해 본다. 새로운 유토피아의 모델이 되길 바라는 심정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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