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선필 목원대 공공인재학부 교수

▲ 권선필 목원대 공공인재학부 교수
 지난 2019년 북유럽 여러 나라를 방문하며 유럽의 에너지 전환 현장을 둘러볼 기회가 있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덴마크 수도 코펜하겐 시내에 있는 아마게르 바케 열병합 발전소였다. 수증기가 배출되는 굴뚝은 123미터 높이로 시내 어디서나 볼 수 있을 정도로 높이 서 있었다. 40년의 한계 수명이 지난 발전소를 대체하는 열병합 발전소를 어떻게 시내 한가운데에 건설할 수 있었는지가 큰 의문이었다. 우리 대전은 물론 우리나라 곳곳에서 갈등의 현장이 되고 있는 이 문제를 코펜하겐은 어떻게 해결했을까?

 UN이나 EU의 친환경 기준을 반영하는 전문 지식과 기술도 중요했지만, 더 중요한 것은 지역 주민과 그리고 다양한 이해관계자 간의 지속적 소통을 통해서 문제를 풀었다는 점은 확실하게 드러났다. 전문성을 갖춘 업체가 설계 제안을 했고, 이를 받아 시장과 의회가 정치권이 이해관계자와 시민을 설득해 낸 것이다. 이 과정에서 열병합시설에 옥상에 사계절 스키장과 등산로와 같은 시민 친화적 공간이 만들어졌다. 이 열병합 발전소가 에너지 전환을 통해 2025년까지 탄소중립도시가 될 수 있다는 점으로 환경단체와 정당을 설득했다.

 덴마크가 열병합발전을 에너지 믹스로 채택하고 있는 이유 중 하나는 ‘우리 지역에서 생긴 쓰레기는 우리가 책임진다’와 ‘우리지역에서 쓰는 에너지는 우리 지역에서 생산한다’는 자치에 기반한 지역순환형 개발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민은 물론이고 정치권도 ‘내가 만들어 낸 쓰레기는 내가 처리하고 남에게 부담을 주지 말자’는 당연한 생각에서 문제에 접근하는 것이다. 내가 버린 쓰레기를 나만 불편하지 않게 다른 곳에 버리고 누군가 다른 사람이 처리하면 된다는 이기적인 태도를 버린 것이다.

 전기와 같은 에너지도 마찬가지다. 내가 쓰는 전기가 어디에선가 미세먼지와 방사능 위험을 발생시키며 만들어지는 것은 상관없고, 다만 내 집 가까이에 미세먼지나 유해 물질을 발생시키면 안된다고 하는 이기적 관점으로는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 덴마크의 경우에도 쓰레기도 도시 안에서 처리하고 에너지도 지역에서 만들어 써야 한다는 윤리적이고 당위적 명제를 세우고 논의할 때, 도시 한가운데 있는 열병합발전소에 합의가 이를 수 있었던 것이다.

 이에 비해 우리 대전에서 열병합이나 LNG발전이 한걸음도 못나가고 갈등만 지속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원인은 쓰레기 문제나 에너지 문제에 책임을 가지고 있는 행정이나 정치인들이 제역할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이 사업의 추진과 관련된 중앙정부나 관련업계와는 상의했는지 모르나, 주민들과는 소통하지 않았다. 주민과 소통하지 않은 상태에서 무슨 커다란 치적처럼 발표를 해버리고, 주민 반발로 문제가 생기니 ‘주민이 반대하면 안하겠다’고 물러서 버리는 자세를 보이고 있는 것도 문제다.

 ‘안 한다’물러선다고 일이 끝나는 것이 아니다. 여전히 크게는 지역 에너지 자립이나 탄소 저감, 작게는 지역의 쓰레기 처리나 난방 공급 문제 등의 문제는 계속 이어질 것이다. 고소고발로 치달아 극한 갈등을 보이고 있는 직접적 당사자 간 소통과 화해도 길게 끌면 좋을게 없다. 미뤄둔다고 해결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고, 시간이 갈수록 더 커질 파급력을 가지고 있다.

 이렇게 하든 저렇게 하든 완벽한 답은 없다. 오히려 각각 분명한 장단점을 알리고 적대적 갈등을 넘어 넓고 깊게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야 한다. 그리고 그 합의는 빠르면 빠를 수 록 좋을 것이다. 그리고 그 책임은 당연히 무엇보다 먼저 지역 정치권에게 있다. 정치의 역할 중 하나가 바로 지역통합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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