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훈 충북시청자미디어센터장

프랑스 시인 샤를 보들레르는 대도시 파리를 지배하는 시각적 자극을 “문화는 생산되고 소비되는 것이 아니라 칩입하는 것이다”라고 노래했다. 봉건 사회가 무너지고 산업화와 함께 성장한 도시는 산업화 이전에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자유, 소비문화의 규격화, 개인화, 시각문화의 폭발, 빈부격차 등의 측면에서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이중 도시는 인간의 감각기관 중에서 유독 시각을 자극한다. 지금부터 10년 전 서울 삼성동에서 우리나라 최초이자 최대 규모로 개최된 밀랍인형 전시회인 '월드 스타체험전'에서 경험한 느낌을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이 전시회는 미국의 뮤비랜드 왁스뮤지엄이 폐관을 하면서 옮겨온 유명 배우들의 밀랍인형을 중심으로 국내외 유명 인사들을 새로이 밀랍인형으로 제작해 세계적 규모의 밀랍인형 전시했다.

19세기 초에 처음 등장해 세계 각지로 퍼져나갔던 이 밀랍인형 전시가 21세기에 들어 비로소 우리나라에 소개되었던 것이다. 유명 영화배우들이 전시관을 찾아 '놀랍도록 똑같다'라고 감탄을 쏟아내는 모습을 주요 광고 장면으로 삼은 이 전시는 사실 지금으로부터 150여년 전 근대 문화의 시작을 알리는 기이하고 놀라운 하나의 '현상'이자, 새로운 의미의 '도시와 군중', 즉 '공간과 계층'을 탄생시킨 계기였다. 근대의 대중문화는 현실을, 매일 겪는 진부한 일상을 구경거리로 탈바꿈시켰다.

신화 속 영웅들의 활약과 몰락도, 성인들의 전설과 교훈도 더 이상 현대인들의 눈에 스펙터클 하지 않았다. 오히려 익명의 군중이 빚어내는 삶의 모습이 그들에게는 최고의 구경거리였던 것이다.

사회학자 게오르크 짐멜은 “대도시의 생활은 '보는 경우'에 거대한 우위를 둔다”라는 말로 시각문화의 막강한 영향력을 논한 바 있다. 푸코는 유명한 판옵티콘을 통해 '감시'의 구도로 짜인 도시사회 속 근대 시민의 생활은 소수가 다수의 대중을 바라보는 시대로 규정하기도 했다. 전통사회에서는 개인보다는 공동체가 중요했고 권력이 개인을 창조하고 개개인을 권력이 감시 대상으로 삼았다.

지금 인터넷 공간과 공식화된 정보망에 의해 우리는 끊임없이 노출되고 감시되는 현상은 현대사회에서도 연장되어 적용되고 있다.

끊임없는 기술의 발전은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다. 메타버스,자율주행, 인공지능 등 수많은 시각기술 들이 대중의 일상에서 집어삼킬 듯이 기다리고 있다.

시각기술이 세상을 구원하고 단절된 관계를 회복하는 역할에 대해 부정할 수 없다.

우리에게 다가올 최첨단 시각문화의 경험들이 너무 과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소화되고 흡수될 수 있는 건강한 미디어리터러시 역량은 매우 중요한 시기가 되었다.

우리가 매일 접하는 유튜브, 인스타그램, 틱톡의 이미지 속에서 질식해가며, 무엇이 문제인지 깨닫지도 못한 채 초라하게 삶을 살아가기에는 너무 재미없는 인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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