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재진 대전시 자치분권국장

“넓은 품으로 받아주신 전민동 주민들께 감사드립니다. 안전하게 운영하겠습니다.”

지난 4월 13일 LH토지주택연구원 생활치료센터 개소를 앞두고 진행된 주민참여 현장점검 당시 허태정 대전시장이 주민들께 드렸던 말이다. 그 이후 4개월이 넘는 시간이 지났다. 이제껏 코로나19 확진자들에게 치료공간을 제공해 주던 LH토지주택연구원 생활치료센터 운영이 종료됐다. 그동안 1300여명이 넘는 시민 확진자들이 건강을 회복해 일상으로 돌아갔고, 이 과정에서 생활치료센터를 통해 외부로 감염이 확산된 사례도 없었다. 말 그대로 안전하게 운영해 왔다.

처음 생활치료센터를 개소하면서 우여곡절이 많았다. 지난 3월 초 지난해 9월부터 충청권 확진자를 격리치료 하던 아산 경찰인재개발원 생활치료센터의 3월말 운영종료가 갑자기 결정됐다. 채 한 달도 남지 않은 기간 동안 대체 시설을 확보해야 했고, 그 동안 한 번도 생활치료센터 시설을 제공하지 못했던 대전시가 시설을 제공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곧바로 지역 내 여러 시설을 대상으로 운영 가능성을 검토했었고, 결국 당시 바로 이용이 가능했던 LH토지주택연구원을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을 대신하는 후보지로 우선 검토했다.

대전에서는 단 한 번도 생활치료센터가 운영된 적이 없었고, 여건상 시민들께 충분히 설명할 수 있는 시간도 부족했다. 당연히 LH토지주택연구원이 위치한 전민동 주민들의 우려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이에 3월 22일부터 생활치료센터 개소의 불가피성을 호소하는 설명회가 진행됐다. 하지만 주민들의 우려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당연한 일이다. 코로나는 단 일 년도 안 돼 우리의 일상을 바꾸어 버린 무서운 질병이고, 그런 시설이 내가 사는 곳에 들어선다는 것은 누구나 걱정할 만한 일이었다.

확진자 격리·치료시설을 신속히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실무진 입장에서는 야속한 일이지만 시장은 당초 4월 1일 개소 목표를 미루고 주민들이 납득할 때까지 계속 대화를 이어나가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이후 5차까지 이어진 대화 끝에 주민들께서 마음을 열어 줬다.

개소 당일 생활치료센터 앞마당에는 전민동 주민 명의로 확진자들의 조속한 쾌유를 기원하는 현수막이 게시됐다. 이웃과 공동체를 위한 큰 배려가 아닐 수 없다.

8월 31일 대전 최초의 생활치료센터가 문을 닫았다. 하지만 전민동 주민들의 배려와 그 동안 안전하게 운영된 LH토지주택연구원 생활치료센터가 선례가 돼 대전에 2곳의 생활치료센터가 새로 문을 열었다. LH토지주택연구원 생활치료센터가 없었다면 쉽지 않은 일이었을 것이다. 지난달 25일에는 생활치료센터 종료를 앞두고 시장님과 유성구청장, 전민동 주민들과의 간담회가 있었다. 넓은 품으로 생활치료센터와 코로나19 확진자를 품어주신 주민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자리였다.

대화 속에서 당시의 두려움과 갈등, 그리고 코로나에 확진돼 생활치료센터에 입소한 분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배려하고자 했던 전민동 주민들의 진심을 들을 수 있었다.

아직 코로나가 기세를 떨치고 있다. 백신 접종률은 꾸준히 오르고 있으나, 변이 바이러스가 수많은 확진자들을 만들어 내고 있고, 코로나와의 전쟁에 많은 시민들과 의료진들이 지쳐가고 있다.

하지만 희망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될 것이다. 우리의 이웃들이 공동체를 위해 자신의 마을에 생활치료센터 시설을 내 주기도 했고, 많은 분들이 일상을 양보하고 방역수칙을 준수하고 있다. 모두를 위한 배려의 마음일 것이다. 훈훈한 공동체 삶의 선례를 만들어 준 전민동 주민들과 LH토지주택연구원 관계자 분들께 다시 한 번 깊은 감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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