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한 서원대학교 교수·前 대통령직속 청년위원장

유럽연합(EU) 의회는 벨기에의 브뤼셀과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 두 개의 의사당을 두고 운영되고 있다. 국회 세종의사당 설치 근거를 마련하는 내용의 '국회법' 일부개정 법률안이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의결되면서 우리도 국회 분원을 통해 두 개의 의사당이 운영되는 모습을 볼 수 있게 됐다.

이는 '수도'라고 하는 정치행정적 상징성 및 지역적인 이해득실까지 엇갈려 찬반양론이 팽팽하게 나뉘어온 이슈라 장기적으로 표류할 수도 있었던 법률안을 여야 합의로 처리함으로써 행정수도 완성에 한 획을 그을 중요한 결정이라고 평가받을 만하다.

당내 경선이 한창 진행중인 여야 후보들 모두 전형적인 캐스팅보트 지역인 충청권 표심잡기 행보에 본격 돌입한 가운데, 행정수도 완성의 한 축인 국회 분원 설치에 대해 강도는 다르지만 모두 환영 일색이다. 특히 경선 레이스 초반 기선제압의 가장 중요한 첫 승부처인 충청 경선을 앞두고 있는 민주당 주자들의 경우, '국회 세종 이전'을 포함한 충청권 공약에 온 정성을 쏟고 있는 상황이다. 이재명, 이낙연 같은 선두주자 뿐만 아니라 정세균, 추미애, 박용진, 김두관 등 모든 후보들이 표현 방식만 다를 뿐, 국회 세종 이전의 조속한 추진에는 합창하듯 일치된 입장을 보인다.

여기에 더해 야당인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도 "세종시에 국회 분원을 설치하는 데 국민의힘이 발목을 잡는 것처럼 여당이 가짜뉴스를 퍼뜨리는 것은 유감"이라며 세종분원 설치에 적극 나서겠다는 입장을 보이면서 충청권 민심잡기에 올라타기 시작했다.

선거를 앞두고 각종 데이터나 전문가의 분석을 등한시하고 여야의 정치적 이해관계에다 선거공학적인 가속도까지 붙어 일사천리로 일치된 결론을 내고도 수많은 논쟁과 후유증을 안고 있는 수많은 국책과제를 우리는 마주하고 있다.

여의도에 나도는 흔한 우스갯소리 가운데 하나가 여야 합의가 극적으로 이루어지는 경우는 양쪽의 이해관계가 제대로 들어맞거나 양쪽 다 자기가 유리하다고 착각하는 경우 뿐이라는 말이 있다. 노무현 대통령 당시 행정수도 이전 논란에 불을 붙인 이후, 지금까지 수많은 이해관계의 대립 속에 논쟁을 거듭해 온 이슈가 이처럼 급물살을 타고 의결된 것은 과연, 이해관계가 일치했기 때문일까, 아니면 모두가 착각한 결과물일까?

충청권 상생발전에 획기적인 전기가 될 세종 국회 분원 설치 건은 대선 국면에서 캐스팅보트인 충청 표심이 두려워서 찬성하는 '선거공학'적 합의가 아니라 국회와 행정부 사이의 거리에 따른 비효율을 해소하고 진정한 국토 균형발전에 기여하는 중요한 법안이라서 합의하는 '대의'의 결과물이어야 한다. 또한, 국회를 쪼개 분원을 설치하면서 생기는 과다한 행정 비용, 행정 효율의 저하, 신속한 의정활동 침해 등으로 국민이 입게 될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도 동시에 모색하는 상생 원칙의 결과물이어야 한다.

목전의 이익에 급급한 선거공학에 입각한 의사결정은 또 다른 갈등을 잉태하고 후대에 되돌이킬 수 없는 부채로 남는 것을 익히 보아왔음이라.

착각의 결과물이 아닌 진정한 이해관계 일치의 산물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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