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기·충북본사 진천증평 담당기자

[충청투데이 김정기 기자] “사상과 글쓰기가 폭력이나 무력을 사용하는 것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친다.”

이는 캠브리지 사전 웹사이트에서 정의한 말로, 영국의 소설가이자 극작가인 에드워드 불워 리튼이 ‘펜은 칼보다 강하다’라는 뜻으로 처음 사용했다.

펜의 파급력은 여론 형성에 막강한 영향을 미친다. 특히 집중 보도로 관심을 끌어내어 강조하다 보면 사실이 아닌 것도 사실로 받아들일 수 있게 하는 위대함(?)을 보여준다.

그 단적인 사례가 지난 27일 온라인을 뜨겁게 달군 ‘죄 없는(?) 우산’ 사진이다. 이날은 아프간 특별기여자 390명이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 입소해 인권선진국으로서의 국격(國格)을 보여준 날이다.

허나 여론의 중심에는 국격보다는 ‘죄 없는(?) 우산’ 사진이 화두로 떠오르며 팽팽한 찬반 논란으로 이어졌다.

사진은 가지각색의 감정과 해석이 따른다. 하지만 전후 사정이 합리적이고 객관적이지 않으면 품위를 잃어버린 사실(私實)에 불과할 뿐이다.

기자는 이념논쟁을 촉발한 이 사진을 흥미를 끌어내기 위해 편향적으로 일부분만을 대중에게 던진 그야말로 사실(詐實)로 판단한다. ‘공정(公正)한 사실(事實)’로서의 보도 가치를 상실했기 때문이다.

당시 풀 영상이 공개되면서 다양한 해석이 나오는 등 역풍도 맞고 있다. 회자되는 사진속에는 기자가 강성국 차관 옆에 서 있다. 브리핑이 끝난 후 강성국 차관에게 질문도 던졌다. 현장 분위기를 알고 있는 기자는 우산에 초점이 맞춰진 여론에 허탈함이 밀려왔다.

애초 내부에서 할 예정이었던 브리핑의 장소는 코로나19 상황과 취재진이 대거 집결한 인재개발원 입구 상황을 고려해 갑작스럽게 변경됐다. 당시 강 차관은 물론 법무부 직원도 취재진의 눈치(?)를 보며 애쓰는 모습이 역력했다. 마치 강 차관에 의해 연출된 듯 온라인으로 퍼진 과잉 의전 보도는 아쉬움을 넘어 회의감마저 든다.

법무부를 두둔하거나 잘했다는 뜻은 아니다. 미라클 작전의 마침표를 찍는 아프간 특별기여자의 무사 입소보다 우산이 보도 가치로서 충분했는지가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다. 어쨌든 우산 논란은 취재 환경과 권위적이고 폐쇄적인 조직문화를 복합적으로 보여준 셈이 됐다.

또한, 아쉬움이 남는다. 사실(史實)을 기록(記錄)하는 현장에서 사실(詐實)이 대중으로부터 지지를 얻은 것에 대한 민망함이다.

언론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다. 언론이 국민의 지지를 얻는것은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다. 언론을 바로 세우는 것은 결국 사실(事實)에 기초한 기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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