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래 유등노인복지관 관장

병들고 힘이 없어 돌보고 보호해야 하는 다른 한편으로는 오랜 세월 살아오면서 연륜이 고집과 아집이 돼 다른 세대와의 소통이 어려운 가까이하기에는 너무 멀게 느껴지는 그 이름 노인(老人)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이런 노인의 이미지를 대체하고자 노인에서 ‘선배시민’이란 새로운 용어를 2016년부터 전국의 노인복지관에서 사용하기 시작했고 지역 공동체에서 주체적인 존재로 자리매김하길 기대하고 있다. 과거 노인은 마을에서 풍부한 경험과 지식으로 지역 공동체의 리더로서의 역할을 했고 그 존재만으로도 존경을 한 몸에 받아왔다.

2021년 현재는 어떠한가? 세상이 변하는 속도를 느끼기 어려울 정도로 반세기 동안 우리 삶의 환경은 많은 변화를 이루어냈고 잠을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기술들이 우리 생활을 변화시키며 놀라게 만들고 있다. 세상이 변하는 속도를 잘 따라가는 젊은 세대와 달리 노인들의 경험만으로는 변화하는 사회에 적응하기 어려운 현실에 놓여있다.

MZ 세대와 노인 세대는 살아온 과정이나 가치관의 차이가 크게 있어 보이고 두 세대가 소통하기에는 갈 길이 멀게만 느껴진다.

하지만 이 두 세대가 아주 어울릴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최근 미나리에 출연한 윤여정과 유튜버로 유명한 박막례 할머니는 MZ 세대의 환호를 이끌어 냈다. 이 둘은 기존의 노인 세대와 달리 권위를 내세우지 않으며 유머러스하고 과거에 머무르지 않으며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인생을 살고 있다는 것이 공통점이 되어 그들의 관심을 받을 수 있었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는 지금까지 무슨 노력을 해왔는가? 지역 내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지역 공동체 사업들이 생겨났지만 이런 사업들에서는 노인들은 보호받아야 할 대상일 뿐 주체가 되지 못하고 아무런 도움도 필요로 하지 않았으며 지역에 관심 있는 몇몇 사람들에 의해 시작돼 여러 사람의 관심을 받지 못하고 실적 쌓기에 바빠지는 게 현실이다.

이런 문제가 비단 젊은 세대들만의 문제일까? 공동체가 약화 되는 동안 손을 놓고 있었던 노인 세대는 어떤 역할을 했는가? 이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저출생 고령사회에 노인 인구가 압도적으로 많아지고 평균연령이 높아지는 현실 앞에 본인 또는 지역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고자 나서는 시민으로 노인들의 역할과 가치의 재정립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에 가까워 보인다.

이런 고민을 해결하고자 유등노인복지관은 2020년부터 선배시민자원봉사단을 운영해 실질적으로 마을 공동체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 있으며 보살핌을 받는 대상이 아닌 후배시민을 돌보며 지역사회문제에 관심을 두고 스스로 지역 문제를 해결하고자 국회에 정책 제안을 하는 등 지역사회의 주체가 되는 첫발을 내디뎠다. 그리고 선배시민자원봉사단은 현재 더 큰 역할과 발전을 위한 중대한 출발선에 서 있다. 코로나19 감염병 유행으로 많은 제약 속에 비대면 또는 소규모 대면을 통해 선배시민을 홍보하고 있으며 더 나아가 전 세대가 함께해 지역 공동체를 바로 세우기 위해 정진해 나아갈 것이다. 사업을 통해서가 아니라 과거 마을 주민들이 한 가족처럼 함께 걱정하고 고민하고 해결했듯이 시민으로서 젊은 세대와 노인 세대가 자연스럽게 선배와 후배가 되길 기대하며 오늘도 대전권역 30개 봉사단 580명의 선배시민이 오늘도 새로운 내일을 위해 열심히 시민으로서 뛰고 있다.

이들을 위해 후배시민들의 응원과 관심이 선배시민자원봉사단에 큰 힘이 될 거로 생각하며 모든 세대가 마을의 주인으로서 지역 공동체에서 함께하길 기대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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