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서 하루 20~70명 확진… 급증하는 자가격리자 관리 힘겨워
"농작물은 누가 돌보냐" 반발도…2주 격리 납득 못하는 격리자 다수
"담배 사달라"사소한 심부름 등 지나친 요청도… 격리자 위로도 담당 직원의 몫

27일 대전 중구 효문화진흥원 자가격리자 전담 공무원들이 자가격리자에게 전달될 물품을 차에 싣고 있다. 사진=전민영 기자
27일 대전 중구 효문화진흥원 자가격리자 전담 공무원들이 자가격리자에게 전달될 물품을 차에 싣고 있다. 사진=전민영 기자

[충청투데이 전민영 기자] “오늘도 갈 곳이 많으니 조금 더 서두릅시다.”

27일 오전 대전 중구 효문화마을관리원 직원들이 바지런히 차량에 상자와 생수를 담았다. 아침부터 발길을 재촉하는 이들은 관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자가격리자들을 관리하는 구청 공무원들이다.

차에 실린 상자에는 6만원 상당의 즉석밥과 라면, 인스턴트 국‧찌개, 도시락김, 참치캔 등 식료품이 담겨 있었다. 해당 식료품은 6ℓ짜리 생수 6개와 함께 앞으로 2주간 자택에서 자가격리를 하게 될 코로나19 확진자의 밀접접촉자들에게 전달된다.

이날 함께 간 송 주무관은 지난해 4월부터 자가격리 모니터링 업무를 맡고 있다.

그는 “올해는 확진자가 너무 많이 나와서 공무원 인력으론 해결할 수 없어 업체를 통해 물품을 위탁 전달하고 있다”며 “작년에는 하루 20~30명의 자가격리자에게 물품을 배달했는데, 그럴 때면 아침 일찍부터 밤 10시까지 종일 다녀도 시간이 부족했다”고 말했다.

방역당국은 통상 코로나19 확진자 1명이 발생하면 20명의 밀접접촉자가 생긴다고 보고 있다. 최근 대전에선 매일 20~70명의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으니 자가격리자 수도 그에 비례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상황이다.

27일 대전 중구 효문화진흥원 자가격리자 전담 공무원들이 자가격리자에게 물품을 전달하기 위해 계단을 오르고 있다. 사진=전민영 기자
27일 대전 중구 효문화진흥원 자가격리자 전담 공무원들이 자가격리자에게 물품을 전달하기 위해 계단을 오르고 있다. 사진=전민영 기자

그간 위탁업체를 통해 물품 배송을 하다 이날 모처럼 배달을 나선 송 주무관은 중구 문화동의 한 빌라에 식료품 상자와 생수 6개를 들고 계단을 올랐다. 이날 대전의 한낮 체감온도가 30도 가까이 오르다보니 3층만 올랐는데도 땀이 비오듯 쏟아졌다.

거친 숨을 몰아쉬며 상자와 생수를 문 앞에 내려놓고선 자가격리자에게 휴대전화로 물품 배달을 안내했다. 이렇게 한 명이 끝나고 나서 또 다른 격리자를 집으로 향했다.

송 주무관은 “한 여름날 배달하다보면 체력적으로 지친다. 그래도 배송 자체는 괜찮은데 간혹 물품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는 사람도 있다”며 “자치구마다 구성 물품이 다르다 보니 ‘왜 옆 동네에선 주는데 여긴 안 주느냐’는 불만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관할 자치구마다 구성목록이 다르다는 설명을 해도 막무가내도 요구하는 경우가 있어 그럴 때마다 난감하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물품은 비대면으로 전달된다. 사진=전민영 기자
코로나19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물품은 비대면으로 전달된다. 사진=전민영 기자

자가격리 모니터링 업무 중 가장 힘든 건 격리자들과 소통하는 일이라고 한다. 특히 2주간 격리조치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납득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생업을 위해 일을 해야 하는 격리자들은 극도로 거부감을 표출한다고.

송 주무관은 “한 번은 농사짓는 자가격리자가 크게 역정을 내셨다”면서 “2주간 집에만 있으면 논은 누가 돌볼 것이며 어렵게 키운 농작물이 죽으면 책임질 수 있냐고 화를 냈다”고 말했다.

자가격리들에게는 보상금이 지원되지만 사실상 손실의 100%를 보전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을 맞닥뜨리다 전담공무원들은 상담가로 변신해야만 한다.

그는 “자가격리자들의 하소연도 이해가 된다. 확진도 아닌데 생계까지 위협을 받으면서 격리를 해야 하는 상황은 이해하기 힘들 수 있다”며 “이때 (전담 공무원들은) 그런 억울함을 다 들어주고 노여움을 풀게끔 돕는 수밖에 없다.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하면 자가격리 이탈 후 혹시 모를 추가 감염자가 생길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27일 대전 중구 효문화진흥원의 송 모 주무관이 관내 자가격리자의 건강상황, 격리장소 이탈여부, 불편사항 등을 유선으로 확인하고 있다.  사진=전민영 기자
27일 대전 중구 효문화진흥원의 송 모 주무관이 관내 자가격리자의 건강상황, 격리장소 이탈여부, 불편사항 등을 유선으로 확인하고 있다.  사진=전민영 기자

지난 주말에는 새벽 5시경 전화 한 통이 송 주무관의 잠을 깨웠다. 알레르기를 앓고 있는 자가격리자가 약을 대리 처방받아 달라고 부탁한 것이다. 방역수칙 상 자가격리자의 의약품 대리처방은 가족이나 지인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송 주무관이 직접 24시간 약국을 찾아 대리처방 받아 전달했다.

자가격리 모니터링 담당자에겐 휴일도 사실 불분명하다. 격리자 이탈여부 확인은 평일이나 휴일 상관없이 꼼꼼히 살펴야하기 때문이다.

자가격리자를 관리하는 안전보호앱의 오작동이 빈번해 격리지 이탈 신호도 자주 울리는 데 이럴 때마다 전담공무원이 직접 확인해야 한다. 물론 이 과정에서 생기는 감정 소모는 오롯이 그의 몫이다.

이렇게 신경을 써도 매번 싫은 소리가 들려오곤 한다. 병원진료, 외출 등 요구에 ‘관할 기관에 요청 후 연락드리겠다’고 안내하면 ‘할 줄 아는 게 뭐냐’고 핀잔이 돌아오기도 한다.

악성 민원전화, 배달 대행 심부름에 가까운 요구 등 지나친 요청에도 ‘당연히 너희들이 해야 하는 일 아니냐’고 말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송 무주관은 최일선 현장에서 확진자를 돌보는 것은 아니지만 뒤에서 묵묵히 힘쓰는 대한민국의 모든 자가격리자 전담 공무원들의 노고를 조금만 헤아려 달라며 쓴 웃음을 지었다.

송 주무관은 “저뿐만 아니라 모든 자가격리자 전담 공무원들이 밀접접촉자를 통한 혹시 모를 감염을 막기 위해 밤낮과 휴일 없이 뒤에서 일하고 있다”며 “격리자들의 답답함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으나,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마음은 모두가 같다는 점을 고려해 공무원들의 안내와 지시에 조금 더 협조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민영 기자 myjeon@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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