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0여명 공무원인재개발원 수용
6~8주간 머문후 국내 정착 예정
정부, 간담회 열고 주민설득 나서
“대승적 수용”vs“왜 매번 우리냐”

[충청투데이 김정기 기자] 그동안 아프카니스탄에서 우리 정부와 일해 온 380여명의 인원이 한국에 도착해 충북 진천 소재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 수용된다. 이들은 정부 활동을 지원해 온 현지인과 가족 등으로 일반 난민과는 다른 ‘특별공로자’ 자격으로 국내에 들어온다.

 25일 법무부와 진천군 등에 따르면 어린이 100여 명을 포함한 총 380여 명의 아프칸인이 26일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덕산읍 두촌리)에 입소할 예정이다.
 이들은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해 법무부 소관 버스로 이동, 오후에 도착할 예정이다. 이날부터 6~8주간 이곳에 머문 후 진천을 벗어나 국내에 체류하기 위한 취업 및 사회통합프로그램 등을 통해 다른 지역에 정착할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에도 임시생활시설로 지정돼 중국 우한 교민을 보듬었던 적이 있는 개발원은 이번에는 정부에 협력한 아프칸인을 품게 된다. 이러한 배경에는 정부 방침과 뜻을 같이하며 주민과 지역사회가 선진 의식을 발휘해 좋은 선례를 남긴 군의 대외적 이미지와 탈레반 집권으로 급박해진 아프칸 내부 상황, 공항과의 거리와 입소환경 등 최적의 조건을 갖춘 개발원의 입지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입소에 앞서 군은 이날 오전 충북혁신도시출장소에서 비공개로 아프칸 한국 정부 조력자 입소에 따른 주민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주민들은 △반복지정에 따른 주민피로감(불만) 해소 대책 여부 △아프간인 체류자에 대한 코로나19 대응 방안 △신원확인 및 체류 시설 이탈·테러 방지 대책 △체류에 따른 지역경제 악영향 해소 대책 △체류 시설 내부관리 방안 등의 질문을 이어갔다. 

▲ 25일 충북혁신도시출장소에서 열린 정부 관계자 간담회에서 송기섭 진천군수, 윤창렬 국무조정실 국무1차장, 강성국 법무부 차관, 조병옥 음성군수(맨 위 왼쪽부터)가 주민의 질문을 듣고 있다. 김정기 기자
▲ 25일 충북혁신도시출장소에서 열린 정부 관계자 간담회에서 송기섭 진천군수, 윤창렬 국무조정실 국무1차장, 강성국 법무부 차관, 조병옥 음성군수(맨 위 왼쪽부터)가 주민의 질문을 듣고 있다. 김정기 기자
한국 정부와 협력했던 아프가니스탄인들이 수용될 25일 충북 진천 소재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의 모습.  연합뉴스
한국 정부와 협력했던 아프가니스탄인들이 수용될 25일 충북 진천 소재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의 모습. 연합뉴스

 주민 설득에 나선 송기섭 군수는 “주민 여러분의 뜻이 중요하고, 의견이 모이면 정부에 전달할 것”이라며 “여러분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프간인 수용과 관련해 코로나 확산이나 혁신도시 이미지 실추, 지역경제 침체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며 “이러한 여론도 분명히 전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어 진행된 정부 관계자 간담회에서는 송기섭 군수와 조병옥 음성군수, 오세동 충북도 행정국장, 윤창렬 국무조정실 국무1차장, 강성국 법무부 차관, 최창원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장 등이 함께해 주민과 기자들 앞에서 재차 설득에 나서며 해명에 열을 올렸다.
 두 차례에 걸친 간담회를 통해 지역 분위기는 비교적 차분하게 정부 조력자와 가족들을 받아들이는 모양새다.
 윤창렬 차장은 “내일 들어오는 아프칸인들은 탈레반을 피해 정부에 도움을 요청한 이들이다”며 “인권 선진국으로서 국제적 위상과 다른 나라들의 이송 사례 등을 고려했다”고 했다. 이어 “다시 한번 어려운 부탁을 드려 송구하다”며 “지난번 주민 여러분이 보여주신 시민의식을 내심 기대한다”고 호소했다.

 강성국 차관은 "외부인과 접촉금지, 경찰기동대 24시간 순찰 등을 통해 여러분이 걱정하는 치안 문제와 테러에 대해 철저한 안전관리가 이뤄질 예정이다"고 밝혔다.
 간담회에 참석한 한 주민은 “자국민 보호를 위해서 신중하게 판단해 불안감을 해소해주고 더욱 잘 챙겨줬으면 한다”며 “충북혁신도시에 있는 11개 공공기관이 주민과 상생하는 방안과 활용 가치 등도 적극적으로 모색해달라”고 요청했다.

 한편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는 주민들의 격앙된 목소리도 쏟아졌다. 한 네티즌은 "충북혁신도시가 기피·혐오지역이 됐다. 이사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불편한 심기를 적었다.
 또 다른 네티즌은 "중국 우한 교민 수용 이후 일만 터지면 충북혁신도시가 대상"이라며 "이러다 우리 지역이 난민 수용소로 되는 것 아니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 카페에는 "네이버에 난민 정착지를 검색하면 진천이 나온다"는 글이 올라오면서 "진천이 아프간인 정착지로 되는 것 아니냐"는 등 억측성 댓글로 술렁거리기도 했다.

김정기 기자 jay0004@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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