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형식 충북본사 부국장

2012년 6월 27일은 청원·청주 통합을 결정하는 청원군 주민투표일이었다. 투표함을 열어 주민들의 의사를 확인할 수 있는 기준은 투표율 33.3%. 오전까지 투표율 및 최종 예상 투표율은 기대치를 크게 못 미쳤다. 그날 이종윤 전 청원군수와 오찬을 함께 했는데 오르지 않는 투표율에 전전긍긍하던 그의 표정은 지금도 생생하다.

반전이 일어난 것은 오후 4시경 부터였다. 오창읍을 중심으로 주민투표를 위해 조기 퇴근한 기업인들이 투표장으로 향해 길게 줄을 섰다. 오후 8시 투표를 종료한 결과 투표율은 36.75%로 개표 기준을 넉넉하게 넘겼다.

이 전 군수가 청원군수로 취임 후 강력하게 통합을 위한 드라이브를 걸었지만 청원군 내 기득권층의 반발은 만만치 않았다. 그럼에도 청원군 내 기업들과 대학들은 통합에 찬성했다. 주민투표율 달성을 위해 종업원들을 조기퇴근 시키고 투표 인센티브를 걸었던 기업들이 얻고 싶었던 것은 ‘청원군’ 보다 널리 알려진 ‘청주시’의 도시 브랜드다.

얼마전 청주시가 ‘디저트의 성지’로 떠오른다는 기사를 썼다. 인터넷 상에서 “청주로 디저트 투어를 다녀왔다”는 글을 종종 봤었지만 크게 의미를 두지는 않았었다. 두 가지 자료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 한 글로벌 여행기업이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가고 싶은 도시를 조사한 결과 청주가 그룹별로 3·4·4위를 차지했다. 자료를 보고 처음 든 생각은 ‘왜?’ 였지만, ‘디저트 투어’ 글이 떠올랐고 빅데이터 분석 프로그램을 돌려봤다. 무료 분석의 한계가 있었지만 청주에 관련된 연관 검색어는 ‘맛있다’와 ‘예쁘다’가 다수였고 긍정어가 80%를 넘었다. ‘맛있다’와 ‘예쁘다’를 관통하는 이미지는 디저트다. 근거가 확보됐기에 청주가 ‘디저트 도시’로 떠올랐다는 기사를 쓸 수 있었다.

몇 주의 시간이 흐른 후 안타깝게도 빅데이터상에서 청주의 이미지는 ‘간첩’이 됐다. 긍정어는 12%에 불과하고 부정어와 중립어가 각각 40%에 가까웠다.

특정 이벤트가 발생한 후 도시 이미지가 변화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긴 하다. 하지만 청주의 이미지가 이렇게 극단적으로 긍정과 부정을 오가는 것은 청주에 대한 명확하고 포괄적인 이미지가 없기 때문이다.

청주를 대표하는 브랜드는 ‘직지’다. ‘직지’가 4차 산업혁명의 쌀과 같은 데이터와 결합한다면 훌륭한 이미지가 될 수 있겠지만 실현 가능성은 크지 않다. 특히 관이 인위적으로 주도한 이미지화 사업은 성공 사례가 극히 드물다.

그럼에도 긍정적인 도시 이미지 혹은 브랜드는 포기해선 안되는 분야다. 단기적으로는 관광 분야를 비롯해 청주에서 생산된 물품의 마케팅에 도움이 되고 장기적으로는 ‘살고 싶은 도시’의 기준이 되기도 한다. 지역 내 기업들이 “청주에서 근무하라고 하면 수도권 직원들은 사표를 쓴다”고 하소연하는 이유 중 하나도 청주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가 만들어 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디저트’를 청주의 대표 이미지로 밀자는 것은 아니다. 다만 민간에서 자발적으로 만들어져 전국에 퍼진 ‘디저트 도시 청주’는 청주시가 가져야 할 이미지에 힌트를 줄 수 있을 것이다.

온라인에서 보고 처음에는 배꼽을 잡았지만 나중에는 쓴웃음을 짓게 된 한 청주시민의 글을 옮겨 본다. “대전, 울산, 청주는 온라인에서 꼽히는 대표적인 ‘3대 노잼도시’인데 청주는 인지도가 낮다보니 대표 노잼도시 타이틀 조차 뺏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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