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학회 한서대학교 디자인융합학과 교수

필자는 지난달 서울 강남의 작은 화랑에서 초대 형식의 개인전을 가진 적이 있다.

원래 나라에 어려움이 있으면 문화계가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데 이번 장기간의 코로나19 사태로 전시장은 그야말로 썰렁함 그 자체였다.

나는 일주일에 두 번 나가서 전시장을 지켰는데 주로 하는 일은 아무도 오지 않는 전시장에서 전자모기채를 휘두르며 애꿎은 벌레들을 사냥하는 것이었다.

그동안 전시를 많이 해 봐서 전시장을 지킨다는 것이 얼마나 고달프고 어렵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지만 그래도 이번 코로나 사태에서는 더욱 심했다.

내 근무처인 한서대학교는 서산 해미의 산 속에 있지만 그래도 학교 근처에는 학생들을 위한 꽤 많은 숙소 건물들이 있고 식당과 술집들도 있으며 멀지 않은 간격을 두고 각종 잡화를 파는 편의점들도 있어 나름 대학촌을 이루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가 장기화 되면서 숙소는 빈방이 된지 오래고, 술과 음식을 파는 식당들은 학기 초에 잠깐 문을 열었다 닫길 반복하다 이제는 아예 폐업한 것처럼 문을 닫은 지 꽤 됐지만 편의점들은 본사와의 ‘을의 계약’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매일 문을 열고 있다. 게다가 이렇게 힘든 와중에도 임대료 한 푼 안내려주는 건물주를 만난 것은 순전히 불운이다.

코로나 전에는 말로는 사는 게 힘들다 하면서도 티 없이 환한 얼굴로 웃어주는 편의점 주인들이 많았는데 지금은 그런 표정을 보기가 어렵다.

사람들이 많은 시내에 위치한 학교 근처의 가게들은 학생들이 아니어도 유동인구가 많아서 그런대로 버텨가겠지만 이곳 산골짝에는 그렇지 않아도 방학이면 학생이 나오지 않아 정말로 주위를 둘러보아도 개미 한 마리 보이지 않을 때가 너무 많다.

푸른 산과 하늘만 쳐다보며 손님을 기다려야 하는 이들의 표정에 하루가 다르게 힘들어지는 것이 남의 일 같지 않다.

이제 여름방학이 끝나가면서 편의점 주인들도 뉴스를 통해 상황이 나아지지 않은 줄 알면서도 언제나처럼 이렇게 묻는다.

“신학기에는 대면수업이 이루어지겠지요?” 마음 같아서는 “그럼요! 신학기에는 모든 수업이 대면수업으로 이루어집니다. 조금만 참으세요”라고 말하고 싶지만 그칠 줄 모르는 코로나 확진자 폭증 뉴스로 퍼렇게 멍든 그들의 가슴이 무너져 내리는 소리에 할 말이 없다.

사는 것이 힘들어지면 어려운 사람들부터 무너지고 가난은 나랏님도 못 구한다는 옛말이 있다. 하루하루 어려운 이들의 피가 말라가고 가슴이 타들어가는 이 재난은 언제나 끝이 날까? 이 산골의 밤에 비록 술에 취해 혀가 꼬부라진 소리일망정 왁자하게 젊음의 낭만을 얘기하는 학생들의 힘찬 목소리가 넘쳐나길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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