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각 김용각건축사사무소 대표

▲ 김용각 김용각건축사사무소 대표.

 어렸을 적, 학교에서 가훈을 적어오라는 숙제에 가족회의를 통해 ‘급조’해서 내곤 했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별 공감대 없던 가훈은 금새 잊혀지고 다음 해에 같은 숙제에 또 가족회의를 통해 새로운 가훈을 만들기도 했던 웃지 못할 추억이 새삼 떠오른다.

 세상을 이롭게, 공정하게, 편리하게 만들기 위한 다양한 법과 규칙이 존재하고 시대가 바뀌거나 사회적 현상과 괴리감이 발생할 때 새로운 개정을 통해 현실에 부합하는 법을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은 보다 나은 사회적 환경을 추구하기 때문일 것이다.

 세월이 흐를수록 도시화는 가속화돼 점점 비대해지는 반면, 도시의 확장과 상권의 이동으로 구도심은 쇠퇴하고 발전이 정지되어 슬럼화되고 있다.

 도시 전체를 아우르는 총괄적인 도시계획과 관리방안의 수립은 끊임없이 지속돼야 편중되거나, 제외되는 지역의 발생을 방지할 수 있는데 과연 현재의 대전시는 그 관리를 잘하고 있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대전시는 2030 대전시 도시기본계획, 2025 도시재생전략계획, 도시철도망 구축계획, 2030 주거환경정비 기본계획 등의 다양한 도시의 미래 계획을 수립했고 또 수립하고 있다.

 각 계획마다 변화하는 시대상을 잘 투영하고 미래의 행복한 도시상을 잘 그려내고 있어 기대감이 부풀만도 하겠지만, 현재 대전시에서 반영되고 있는 도시정책이나 교통정책의 결정은 상당한 이질감을 느끼게 한다.

 지난 4월 대전시는 급증하는 주택수요와 지지부진한 각종 개발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주택건설사업 통합심의 및 지역경제 활성화 대책’을 발표했다.

 속도감 있는 주택공급과 지역건설업체 애로사항 해결이 주된 요지로써 도시계획·교통·건축·경관·재해 등 관련 심사대상을 통합해 심의를 진행, 최대 9개월이 소요되는 심의기간을 2개월 이내로 개선해 2030년까지 12.9만호 주택공급으로 주택보급률 113%를 달성하고 무주택·청년·신혼부부의 주거안정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획일적인 부지 정형화와 법령에 없는 조건 부여를 지양하는 ‘규제완화’를 강조해 과도한 사업비 지출 및 분양가 상승을 방지해 사업주체는 부담을 줄이고 시정의 신뢰도를 향상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하지만 통합심의 대상이 아닌 사업은 여전히 개별심의를 통해 변하지 않은 예전의 절차와 법령보다 훨씬 강화돼 있는 심의기준으로 사업의 규모와 시기 등을 놓쳐 사업포기까지 초래하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법령에도 없는 과도한 기준보다는 체계적인 도시계획의 비전으로 공감대를 갖도록 해야 한다.

 통합적 관점에서 각 부서의 역할에 초점을 맞춘 눈높이의 조정과 관련 부서간의 긴밀한 협력체계가 수립되지 않는다면 그 피해는 미래의 대전시민이 감당하게 된다는 사실을 심각하게 생각해야 될 것이다.

 공직이 힘든 이유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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