道 "재의요구 안하지만 합법적 조항 한해 시행"
도청, 출자·출연기관에 적용… 민간영역은 제외

▲ 신형근 충북도 경제통상국장이 10일 도청 브리핑룸에서 충청북도 생활임금 조례안에 대해 재의요구는 하지 않지만 적용 대상에서 위법 소지가 있는 민간 영역은 제외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충북도 제공
[충청투데이 이민기 기자] 논란을 거듭해온 '충청북도 생활임금 조례안'이 결국 반쪽으로 시행된다. 충북도와 도의회 모두 승자 없는 촌극(寸劇)을 빚은 것으로 보인다.

충북도는 10일 비대면 브리핑을 통해 도의회가 지난달 20일 의결한 생활임금 조례안에 대해 재의요구를 하지 않지만 법제처의 유권해석에 따라 합법적인 조항에 한해 시행하겠다고 공표했다. 즉 생활임금 적용 대상으로 민간 영역은 제외하고 도청과 도청 출자·출연기관만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앞서 도의회는 심사보고서에서 "적법성 여부를 따지는 것은 실익이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며 "현재 충북의 경제적·사회적 여건 등을 고려할 때 현실적으로 시행에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타 지자체와 비슷한 범위로 정하는 게 실효성 확보 측면에서 적절할 것으로 사료된다"고 판단했다. 민간 영역을 포함한 생활임금 조례안이 적법하지 않지만 243개 지자체 중 47%인 115개가 생활임금 조례를 제정한 만큼 충북 역시 이에 따르면 큰 무리가 없을 것이란 얘기다.

하지만 민간 영역을 포함한 생활임금 조례는 위법하다는 게 법제처의 유권해석이다. 법제처는 2021년 1월 27일 충남 천안시의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사무를 위탁받은 기관·단체 등에 소속된 근로자를 생활임금 적용 대상으로 정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조례를 정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조례로 규정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답(의견20-0299)했다. 그 이유로는 "수탁사무의 관리·감독과 무관한 수탁기관 단체 내 보수 등에 관한 조례 규정 대상인 자치사무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려워 보인다"며 "수탁기관의 장은 민간에 해당하므로 이들에게 특정한 의무를 부과하기 이해서는 지방자치법 제22조 단서에 따라 법률의 위임이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도의회와 노동계 등이 주장한 대로 조례안이 공포되고 시행되지만 충북도의 이유 있는 강력한 반발로 인해 현장에서는 △1-도 및 출자출연기관만 적용이 되고 조례에 함께 담긴 △2-사무위탁기관 및 공사용역 업체 △3-제2호 하수급인 등 민간 영역은 제외될 전망이다. 여야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상식 밖이다. 도청과 도의회가 제대로 적용도 할 수 없는 조례안을 만들었는데 이런 조례가 있느냐"고 혀를 찼다.

충북도와 도의회 '미완성 조례안'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게 중론이다. 위법하다는 문제점을 인지하고도 조례를 제정한 도의회도 문제지만 재의요구는 하지 않으면서 법령에 위반되지 않는 대상만 생활임금을 적용하겠다는 충북도 역시 정공법 대신 편법을 사용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민기 기자 mgpeace21@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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