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훈 충북시청자미디어센터장

1830년대 발명된 사진은 대량복제, 과학기술의 발달 등과 함께 동시대 사람들의 순간을 정지시키고 타인의 모습을 구경하고 싶은 욕망을 충실하게 담아내며 지금까지 함께 우리의 삶 속에서 함께하고 있다. 무엇이 사람들을 사진을 찍게 만드는가, 그 물음에 한 개인이 인생을 살아가며 수많은 통과의례의 순간에 함께 있는 '가족사진'으로 이야기를 시작하고자 한다.

가족은 규모와 상관없이 함께 모였을 때 어떠한 문장으로 표현할 필요가 없이 너무나도 닮은 생물학적인 유전성 그리고 함께한 역사성이든 그 모습 자체로 인생의 위대한 서사를 보여준다. 나를 이루는 배경이자 공간이고 타인이되 결코 구경꾼이 아닌 나의 삶 깊숙한 곳에 자리하고 있는 존재 바로 '가족'이다. 인간은 태어나고 성장하며 가족을 이루고 다시 죽음으로 생을 마감한다.

중요하고 의미 있는 순간마다 가족은 그 자리에 함께 있었고 그 순간을 기록으로 남기는 의례는 중요하게 인식되어 왔다. 대부분 개인의 성장 과정과 함께 출생, 성년, 결혼, 사망 등의 통과의례에 따라 가족사진의 프레임에 기록된다.

가족사진은 흔들려 있던 노출이 부족하여 어둡던, 찢어져 훼손돼 있던 그 시간에 대한 흔적이며 역사로 기록되고 커뮤니티, 종교, 젠더, 계급, 권력 등이 구조화돼 공동체의 규범, 관습에 따라 그 결을 잘 보여주고 있다.

필자는 8년 전에 농촌 이주민 마을에 정착을 하면서 오래전부터 그 터에 삶을 영위한 토착민과 이주민의 과거 사진으로 경험을 나누는 이벤트를 진행한 적이 있다. 각 가정을 돌며 사진을 모으는 과정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에 남아있다. 농가의 툇마루 위 문지방 위에 액자 뒤에 아주 조금만 보여주고 있는 가족사진, 다락 구석에서 발견된 사진첩에서 볼 수 있었던 사진은 오래전 한 가족이 어떻게 구성되어왔고 삶을 살아왔는지를 알 수 있는 경이로운 경험이었다.

한 가정에서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아들과 딸로 살아왔던 세월은 그들이 사진을 보며 기억을 되새기는 과정에서 그 순간순간이 모여 하나의 별자리로 만들어졌다. 이 사진들을 모아 마을의 작은 미술관에서 과거 프레임 속의 주인공들과 함께 전시회를 가졌다.

살아온 인생의 흔적이 담긴 사진은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맛볼 수 있는 친밀한 순간들과 사진 속에서 함께하고 있는 가족의 얼굴에서 혹자의 말처럼 “가족이 없다면 우리는 뿔뿔이 흩어진 채 아픈 영혼이 쉴 시간도 장소도 역사도 없이 떠도는 유목민이 될 것이다”. 가족은 인류의 고향이며 인간 정신의 기념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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