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생각하고 말하는 사람이 되기로 했다. 홍승우/웨일북
▲ 나는 가끔 엄마가 미워진다. 배재현/갈매나무
▲ 파괴자들. 정혁용/다산북스
▲ 살아야판다. 강대훈 지음/STICK
▲ 나보다 어렸던 엄마에게. 정진영/무블
[충청투데이 윤지수 기자] 타는듯한 더위가 연일 지속되고 있다. 이럴 땐 집콕이 최고다. 시원한 에어컨 바람 아래서 책 속으로 떠나는 여행도 제법 괜찮다. 생각이 많아질 때, 발전이 필요할 때, 위로받고 싶어질 때, 독서만 한 것이 없다. 무더위 속 몸과 마음을 식혀줄 책을 지금 바로 펼쳐보자.

◆말에 품격을 더한다

한 마디의 말이 어떤 이에게는 무기력함을 다른 이에게는 상처를 남기기도 한다.

각종 표현 논란이 연일 뜨거운 이슈로 제기되는 언어 전쟁의 시대 속에서 이 책은 모든 사람에게 요구되는 언어 감수성을 다루고 있다.

홍승우 대학내일 미디어센터장이 혐오와 차별, 시대착오적 언어를 용인하지 않는 독자들의 목소리를 현장에서 직접 들으며 우리 시대 언어사용법을 깨닫고 이를 더 많은 사람과 공유하기 위해 ‘나는 생각하고 말하는 사람이 되기로 했다’를 만들었다.

우리는 일상의 사소한 대화에서도, 일터의 비즈니스 대화에서도 말하기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말공부를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함을 느끼고 있어서다.

언어의 망망대해 속 기존의 언어들은 새로운 의미로 재탄생되고, 신조어는 어디서부터 왔는지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두꺼운 사전이 아닌 한 마디를 내뱉더라도 기준을 세워줄 지침서다.

이 책이 일상생활과 또 다른 일상인 SNS 언어를 다루고 있어 어느 때 보다 반가울 것이다.

TMI·알쓰 등 효율과 평균에 대한 압박이 만든 표현과 스펙·갈아넣다 등 노동 환경을 반영한 단어까지 사회에 미치는 단어를 살펴볼 수 있다.

책의 마지막 장을 덮은 순간 독자들은 말의 옳고 그름을 가르는 최소한의 기준을 세우고, 낡은 단어를 버림으로써 오히려 더 풍족한 언어 환경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저자 홍승우는 미디어 대학내일, 캐릿의 운영을 총괄하는 미디어센터장을 맡고 있으며 저서로는 밀레니얼이 회사를 바꾸는 38가지 방법이 있다. 전체 228쪽. 정가 1만 3500원이다.

◆바꿀 수 없는 과거, 다르게 본다

우리 곁에는 일상을 갉아먹는 불안과 우울, 이유를 알 수 없는 신체 통증, 대인관계의 어려움에 시달리는 이들이 있다.

이들은 어디서 시작됐는지도 모르고 무작정 참고 살아가고 있다.

임상심리전문가이자 이 책을 펴낸 배재현은 오랫동안 트라우마 치료에 매진해오면서, 괴로움에 시달리다 더는 버티지 못해 찾아온 내담자를 만나왔다.

‘나는 가끔 엄마가 미워진다’는 지난 25년간 저자가 만난 내담자 중 단 한 사람도 빠지지 않고 털어놓은 이야기, 바로 어린시절 부모로부터 받은 정서적 무관심과 방치, 학대의 상처를 알아봐 주고 보듬어주는 심리치유서다.

이 책은 누가나 겪을 법하지만 누군가에게는 감당하기 버거웠을 상처 스몰 트라우마를 들여다 보고 특히 정서적 방치를 원인으로 바라보고 있다.

이 상처를 안고 자란 사람들이 또 어떤 고통에 시달리는지 이야기를 펼치고 있다.

이어 어른이 된 내가 객관적으로 어린시절을 살피고 어떻게 과거의 상처에서 벗어날 수 있는지를 이야기한다.

특히 저자의 전문 분야이자 트라우마 주된 치료법인 EMDR과 그의 내담자들이 실제 해보고 효과가 좋았던 여러 치료법을 설명하고 있다.

무엇보다 현재 문제를 과거 탓으로 하기보다는 한걸음 뒤로 물러나 객관적으로 살펴보길 바라고 있다. 그 후엔 스스로를 따뜻한 시선으로 살필 수 있게 된다는 우리는 성장할 수 있고 다른 삶을 살 수 있는 존재라고 희망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

배재현은 ‘내 아이의 트라우마’ ‘트라우마, 기억으로부터의 자유’ 등을 번역하기도 했다. 전체 264쪽. 정가 1만 5000원이다.

◆한 통의 전화로 등골이 서늘하다

일상의 전쟁터 속에서 농담 한마디를 끝내 던지고야 마는 작가가 있다.

전작 침입자들을 통해 레이먼드 챈들러의 흡입력과 켄 브루언의 시니컬한 유머 감각을 겸비했다고 평가받는 주인공은 소설가 정혁용.

그의 두 번째 장편소설 ‘파괴자들’ 이 세상에 나왔다.

전작의 침입자가 택배기사의 눈을 통해 전쟁보다 더 전쟁 같은 현실을 그렸다면, 파괴자는 진짜 목숨을 걸고 싸우는 전쟁터를 배경으로 한다.

아군과 적군이 구분되는 전쟁터와 달리 소설에서는 소용없다.

등장인물들의 욕망과 이익, 개인적인 감정에 의해 아군과 적군이 뒤섞인다.

그 가운데 오직 동료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전쟁터로 뛰어는 K가 있다.

이 책을 더 재미있게 감상하려면 마을을 지배하는 세력과 초대된 용병들의 복잡 미묘한 욕망 관계에 주목하면 된다. 또 전작에서부터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던 K의 과거와 PTSD 극복 과정이 드라마틱하게 전개되며 곳곳에서 발견하는 오마주도 빼놓을 수 없다.

담백한 문장으로 2시간을 사로잡는 소설에 빠져보자.

정혁용 작가는 2009년 계간 미스터리 겨울호, 죽는 자를 위한 기도로 등단했다. 전체 320쪽. 정가 1만 4000원이다.

◆수출기업을 위한 글로벌 마케팅을 배운다

25년간 수백 가지 상품을 내다 판 수출마케터가 세계를 누비며 익힌 시장개척 노하우와 지혜를 담은 ‘살아야 판다’를 발간했다.

국내 70여만 기업 가운데 세계시장의 문을 연 수출기업은 2.1%에 불과하다.

팔아야 살고, 팔려야 지속하는 기업들의 생존법이 담겨져 있다.

시장개척을 위한 조사와 학습, 효과 높은 출장전략과 초청전략, 영업과 마케팅 시스템, 인간적 소통과 스마트워크, 양방향 증강플랫폼 구축, 바이어 발굴과 상담법, 현장활동을 입체적으로 지원하는 전술 등 현장전문가가 발로 뛰면서 겪은 알짜배기 정보와 이야기로 구성했다.

특히 언택트 시대에 온택트 하이브리드 방식으로 영업에 집중하는 방법부터 아날로그적인 관계를 접목해 지구촌 네트워크를 튼튼하게 구축하는 디지털마케팅 전략, 저비용 광고마케팅 전략 등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응하는 현실적인 방안도 제시했다.

이외에도 회사를 살리려는 사장과 임직원의 눈물겨운 사연부터 미완의 과제를 안고 다시 인생을 시작하는 재창업자와 정년이 와도 일을 놓지 못하는 우리 미생들의 이야기가 마음을 울린다.

이 책의 저자인 강대훈은 기업, 협회, 정부를 대상으로 글로벌 전략을 코칭하는 마케팅 전문가로 활약했다. 수출마케터로서 ICT, 바이오, 화학, 플래트 등 산업 전반의 제품을 다뤘으며, 수백 종류의 제품을 수출했다. 이외에도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가 아니다’, ‘기술창업 이렇게 한다’ 두 권의 책을 공동집필하기도 했다. 전체 331쪽. 정가 1만 6800원

◆AI로 엄마를 다시 만나다

드라마 허쉬의 원작소설 작가인 정진영의 신작 장편소설 ‘나보다 어렸던 엄마에게’가 나왔다.

이번 소설의 테마는 어머니다.

이 소설에서 주인공이 찾아가는 어머니의 옛 흔적에서 발견하는 것은 '지금의 나보다 어렸던 시절'을 간직한 어머니의 삶, 그 자체다.

꿈을 품었던 소녀, 욕망을 가졌던 여인, 나름의 갈등과 고뇌와 슬픔과 좌절 속에서 삶을 일구어 왔을 한 개인적 주체로서의 어머니를 탐구한다. 그리고 그 여정에서 주인공인 아들(범우)은 인간과 인간 사이의 진정한 소통의 방법에 대해 배우게 된다.

주인공 범우(나)는 첫 장편소설로 1억 원 상금의 문학상을 타며 화려하게 데뷔한 소설가이지만, 그 이후 이렇다 할 작품을 선보이지 못하고 가난에 허덕이다 대필작가로 전락한다.

그 후 대기업 홍보실 영입을 제안받았지만, 입사 신체검사에서 대장암 4기 판정을 받으면서 다시 나락으로 추락하고 만다.

대장암 판정을 받고서 범우는 오랜 세월 묻어두고 살았던 어머니의 죽음을 떠올린다.

나보다 어렸던 엄마에게는 독자들의 심금을 직격한다.

우리가 보통 너무나 무심하게 어머니라는 위상으로만 대해온 한 여인의 삶을 차곡차곡 쌓아, 그 여인이 끝내 자살에 이르기까지의 곡절들을 여실히 구성했다. 그 과정에서 비로소 어머니를 한 사람의 여성이자 주체로 인식하는 전환을 경험하게 된다.

정진영은 도화촌기행으로 조선일보판타지문학상을 받으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이외에도 침묵주의보, 젠가, 다시 밸러타인데이가 있다. 전체 304쪽. 정가 1만 4000원.

윤지수 기자 yjs7@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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