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숙 충주시 칠금금릉동장

임명장을 받고 칠금금릉동장으로 발령 받은 지 벌써 1년이 지났다. 그렇게 후다닥 지나버린 1년을 다시금 돌이켜보니 지나간 시간은 항상 아쉽고 후회가 많이 남는 것이 인지상정인가 싶다.

칠금금릉동은 충주IC, 동충주IC, 북충주IC, 그리고 서충주 IC까지 4개의 IC를 통과해 충주 시내로 진입하려면 한 번은 꼭 거쳐 가야 하는 충주의 얼굴이다. 또한 버스터미널이 있어 매일 다양한 사람들이 오고 가는 생기 넘치는 지역이다.

발령받자마자 내가 제일 먼저 준비한 것은 출장용 운동화다. 이곳에서 근무하는 동안 동네를 걸어서 구석구석 밟아 봐야겠다는 나름의 철칙을 세우고 거의 날마다 도보 출장을 다녔다.

여행도 걸어야 제대로 보이듯이 업무상 출장도 걸어서 다녀 보니 그동안 눈에 안 들어오던 온갖 것들이 눈에 들어오는 신비한 능력이 생겼다.

등굣길의 학생들과 폐지 줍는 어르신, 길가에 돌멩이, 잡초 한 포기, 휴지 조각 등 보이는 사람과 사물이 다 예사롭지 않게 눈에 들어왔다. 코로나 여파로 상점이 문을 닫아도 내 탓인 것만 같고 영업이 잘 안된다고 해도 마음이 아팠다.

지난해 역대 최악의 수해로 우리시 피해가 컸다. 휴가를 반납하고 비상근무 태세로 돌입하자마자 칠금동에도 일이 터졌다. 팽고리산 인근 주택에 침수피해가 발생해 소방서, 통장님과 함께 양수 작업에 들어간 것이다. 하루 이틀 지원만 하면 끝날 줄 알았는데 지속적으로 퍼붓는 비를 감당할 수 없었고, 열흘 가까운 시간을 현장에서 식사를 떼우며 대민 지원을 이어갔다. 지리적 위치의 난해함으로 해결 방법을 찾을 수 없어 모든 직원들이 발을 동동 구른 시간이었다.

지금도 그때 일을 말할 때면 직원들과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직원들을 열흘 가까이 고생을 시킨 것은 대민 지원이라는 합당한 이유에도 불구하고 동장인 나의 책임이란 생각이 들어 한동안 자괴감에 빠지기도 했다. 동장으로 발령받고 잉크도 마르지 않은 상태에 겪은 일이라 한꺼번에 많은 깨달음을 얻게 한 입에 쓴 약이었다.

그때 이후로 동장으로서 리더의 판단과 역할, 책임이 결코 가볍지 않음을 다시 한번 돌아보게 했다. 행정복지센터는 5년 이내의 경력이 짧은 직원이 주로 많이 근무한다. 충주시의 미래를 이끌어 나갈 일꾼들이 꿈을 만들어나가기 시작하는 곳이다.

이런 곳에서 나의 역할을 다시 한번 생각하며 어깨가 무거워짐은 30년 넘게 근무한 직장 선배, 인생 선배로서의 당연한 임무라는 생각이 든다.

1년 전의 나를 동장 직책을 처음 달고 나온 30년 경력의 병아리 공무원이라 한다면, 1년을 살아본 지금의 나는 동장으로서 무엇을 해야할지 날마다 스스로에게 책임감을 부여하고 나아갈 길을 묻는다.

지역 주민에게는 더 가까이 다가가 소통하고 협치하며, 직원들과는 앞에서 끌고 가는 리더가 아닌 나란히 함께 걸어가는 동반자로서, 칠금금릉동을 충주 최고의 메이저 동으로 만들고 싶은 것이 나의 작은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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