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원 청주시 농지민원팀장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맹위를 떨치면서 이동이 자유롭지 못하고 집안에서 지내는 일상이 장기간 지속할수록 힐링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절실해지고 있다. 우리 가족도 예외는 아니어서 마음의 휴식을 취하기 위해 주말에는 밭에 가서 꽃과 농작물을 기르기 시작했다. 직장을 다니면서 주말마다 농사짓는 것이 힘들지 않냐고 사람들의 질문을 받곤 한다.

이상한 일이지만 주말에 쉴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힘들지가 않다. 왜 그럴까? 또, 어려서부터 꽃과 식물에 관심이 많았고 이름 모를 꽃을 보면 이름을 알아내고 어떤 생태를 지니고 있는지 알아야 직성이 풀리곤 했는데 그런 자신의 모습에 대해서 궁금해진 것은 얼마 전이다. '친애하는 나의 집에게'라는 책을 읽고 나서 이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 있었다. '삶의 장소를 선택하는 것은 삶의 배경을 선택하는 일이다. 사람의 배경은 사회적으로든 개인적으로든 한 사람이 만들어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어떤 공간은 공간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개인의 삶의 정체성을 결정하기도 한다. 지금의 나를 만들어 준 공간은 내 생애 어디쯤, 어떤 공간이었을까? 추억 여행을 떠나보았다.

생애 최초의 기억이 과수원집에서 시작되고 있었다. 동갑내기 친구와 과수원을 돌아다니며 도라지꽃 터뜨리기를 하고 망초꽃으로 계란을 만들어 소꿉놀이하던 그때와 초등학교 입학 전 시골 할아버지 집에서 1년간 지냈던 시간을 떠올리면 괜스레 마음이 평안해지고 행복한 느낌이 들곤 했다. 청주에서 산 시간이 절대적으로 많았음에도 나의 인생은 꼭 그 시절이 전부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래서 비록 비닐하우스만 있을망정 주말에 가는 밭에서 행복을 느꼈던 거구나.

요즘은 아파트에서 태어나고 자란 세대들이 많아서 그런지 아파트 생활에서 평온함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고 커가는 어린 친구들은 아파트가 삶의 정체성에 중요한 공간이 되고 있다. 이렇게 소중한 삶의 공간이 언제부터인가 재테크 수단이 되고 투기의 대상으로 전락해 가는 현실이 안타깝다. 아파트값이 치솟아 내 집 마련은커녕 집시처럼 이사를 하는 신세가 되다 보니 내 마음의 집을 찾아 평안함을 얻기는 사실상 힘들다.

집이 한 사람의 정체성을 형성할 정도로 영향력이 있는 공간이라면 사람들이 저마다 집을 가지고 그곳에서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어야 한다. 제도적인 뒷받침도 중요하지만 집이 더 이상 투기의 대상이 아니라 사람들에게 휴식을 제공하고 삶의 자리가 될 수 있도록 사람들의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 집 장만에 어려움을 겪지 않고 그곳에서 가정의 따뜻함과 행복을 누리며 살 수 있도록 집을 있어야 하는 사람들에게 돌려주어야 한다. 그리하여 자신이 즐겁고 행복한 공간이 곧 내 집이 되고 내 삶의 자리가 되는 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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