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각 김용각건축사사무소 대표

줄어들지 않는 코로나, 날마다 더해만 가는 무더위, 편히 숨 쉴 곳 없는 일상으로 더욱 지쳐가는 요즘, 현대인들이 찾을만한 힐링 스페이스는 어디일까 생각해 본다. 상큼한 아이스티 한 잔 들고 안락한 소파에 더위에 지친 몸을 맡겨도 좋을 것 같고, 안마의자에 몸을 맡긴 채 커다란 텔레비전을 소리로 느껴봄도 좋을 듯하다. 선선한 맞바람 속 작은 서재에서 책 몇 권 쌓아놓고 손가는 대로 책장을 넘겨도 좋을 것 같고, 대청호 따라 우거진 숲 그늘 사이로 여유롭게 거닐어 봄도 좋을 듯하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일상의 무게를 내려놓고 무장해제할 수 있는 집이 최고이지 않을까 싶다. 무심한 듯, 반기는 듯 항상 함께하는 가족의 존재에 감사하며 열무김치에 흰쌀밥의 단촐한 식단이 주는 편안함에 없던 입맛도 돌아 커다란 한 입으로 입 안을 가득 채우는 행복함을 느끼고, 좌우로 고개 돌리며 열일하는 선풍기 맞춰 나란히 누운 가족들의 두런거림 속 잠들었던 추억까지 떠오르기도 한다.

그 집의 기준이 학군이 되고, 역세권이 되어 경제적 관점으로 전환되면서 집의 만족도에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요즘은 분양가보다 높은 전세가가 형성되어 집을 가진 자와 빌린 자의 차이는 물론 많이 오른 자와 덜 오른 자 사이에서 발생하는 상대적 박탈감으로 인해 개인의 만족도는 물론 사회적 연대에 금이 가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인근 세종시 같은 경우, 오랫동안 미분양이었던 타운하우스 단지가 아파트 가격 상승과 코로나 사태로 인해 순식간에 동이 나며 새로운 재테크 수단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지경이다.

결국, 편안한 집을 추구한다고는 하지만 눈에 띄는 장식과 차별화로 빗대어진 갖가지 옵션으로 주택의 경제적 가치만 추구하는 현상이 야기되어 적정한 조정이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조심스럽게 화두를 던진다. 스마트 정책으로 극한의 편리함을 추구하기 보다는 조금 불편하여도 자연적이고 인간적인 공간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나만의 것이 아닌 공유의 개념으로 세상과 소통하는 방식을 추구해야 한다. 공동체의 질서를 존중하고 자신의 역할을 담담히 감당하는 책임감을 갖춰야 한다. 세상은 함께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주차장 구석에 놓여진 쓰레기는 자신이 버린 양심이기도 하지만 타인에게는 불쾌함을 주는 독소가 될 수 있다. 코 밑에 걸어둔 마스크 너머로 내쉬는 자심의 편한 호흡은 지나가는 타인을 움츠리게 하는 불안감이기도 하다. 무지한 자신의 생각과 행동은 불특정 다수의 행복을 감소시키는 사회악이 되는 것이다. 국가의 정책은 공정해야 하고 공평해야 한다. 최근에 개정되거나 제정되는 법률을 가만히 들여다 보면 사회를 이원화하거나 여러 가지 권리를 침해하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급조한 부동산 정책으로 인해 전국은 한여름 무더위보다 더한 뜨거운 상승을 가져오고 있고, 코로나보다 더한 혼란 속에 빠지게 하고 있다. 국가의 혜안이 국민의 행복임을 기억하고 전국 어디서든 모든 곳이 '힐링 스페이스'가 될 수 있는 그런 사회를 만들도록 함께 노력해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