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태동 북대전농협 조합장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중국의 역사서 삼국지에 나오는 전투 장면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전투는 뭐니 뭐니 해도 적벽대전이 아닐까 싶다.

서기 208년 유비와 손권이 이끄는 연합군은 훨씬 많은 조조의 대군과 양쯔강 남안의 적벽에서 맞닥뜨리게 된다.

이때 전투에서 가장 중요했던 것이 동남풍이었다.

이유인즉, 수적인 열세의 연합군이 펼칠 수 있는 전법은 화공, 그 화공을 하기 위해 필수적인 것이 바로 동남풍이다.

하지만, 그곳 겨울에는 부는 바람은 북서풍 정반대의 바람 방향이 문제.

제갈량이 목욕재계하고 밤낮으로 기도드린 지 사흘 만에 거짓말같이 바람의 방향이 바뀌었고, 그 결과 조조의 대군은 연합군에게 적벽대전에서 대패를 하고 만다.

이 일화를 두고 많은 이들은 제갈량의 신통력에 감탄을 했다.

하지만 현대 과학으로 당시의 동남풍을 분석했을 때 그리 대단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사실 제갈량이 신통력을 가졌다기보다는 매년 그때쯤 동남풍이 분다는 사실을 미리 알고 있었다는 얘기다.

전해지는 이야기 중 제갈량이 한 노인을 통해 동짓날 전후에 미꾸라지가 물 위로 부지런히 들락거리면 동남풍이 분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구름과 천문에 대한 지식으로 관찰하며 기상을 예측했던 것이 아니냐는 것이 정설이다.

날씨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산업은 농업이 아닐까 싶다.

비가 많이 와도 걱정 안 와도 걱정, 일조량이 적어도 걱정 너무 많아도 걱정이다.

더욱이 요즘처럼 이상 기온이 자주 되는 점을 감안한다면 농사일은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

올해도 이상 기온으로 사과와 배 농사에 많은 피해를 보고 있다.

실제로 꽃이 피고 맺힐 무렵이라 꽃이 얼거나 떨어졌다.

혹여 살아난다 하더라도 꼭지가 짧아져 떨어지거나 상품성이 있는 제품이 되기를 기대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보상받기는 힘이 든다.

이상 기온으로 농작물의 피해를 입어도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것은 농작물재해보험뿐이지만 그것도 만만치가 않다.

일단 나무에 열매가 달려있으면 피해로 간주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 농민들은 수천 년간 자연에 순응하고 또 맞서 싸우며 함께 살아왔다.

모두가 겪는 기후변화지만 유독 우리 농업인들에게는 힘이 든다.

인류의 식량을 생산하며 환경을 지키고 가꾸는 농업이기에 재해로 인한 지원과 보상은 응당한 사회적 책무라 할 수 있다.

농업인들의 힘으로 예방하고 견뎌낼 수 없는 천재지변의 경우 국가가 농업을 위해 법·제도적으로 틀과 매뉴얼을 갖추는 등 재해에 대한 근본적 대책을 마련해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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