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승래 국회의원

▲ 조승래 국회의원

 지난해 2월 유튜브에 게시돼 현재까지 조회수 2781만 회가 넘은 영상이 있다. 채널 MBClife에서 올린 'VR휴먼다큐멘터리; 너를 만났다' 영상이다. 이 영상은 일찍 세상을 떠난 딸을 VR을 통해 만나는 모습을 보여주며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안겨주었다. 이러한 가상현실 기술을 기반으로 더욱 확장된 세계를 보여주는 플랫폼이 바로 '메타버스'다.

 메타버스(Metaverse)란 가상 또는 초월을 뜻하는 그리스어 '메타'와 현실 세계를 뜻하는 '유니버스'를 합친 말이다. 즉 가상과 현실을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는 세계, 혹은 현실을 초월한 디지털 세상을 의미한다. 낯설고 생소할 수 있지만 사실 메타버스는 이미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또 다른 익숙한 용어들의 변주다.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 혼합현실(MR) 등이 바로 메타버스의 뿌리에 해당한다.

 현재 메타버스 활용이 가장 활발한 분야는 엔터테인먼트 업계다. 네이버제트가 개발한 3D아바타앱 '제페토(ZEPETO)'는 얼굴인식과 증강현실(AR)을 이용해 아바타와 가상세계를 만드는 플랫폼을 제공하고 있다. '마인크래프트'나 '포트나이트'처럼 게임 속에서 메타버스를 구현하는 경우도 있다. 포트나이트는 게임 안에서 영화를 보는 이벤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러한 메타버스 열풍 뒤에는 MZ세대(밀레니얼세대+Z세대)와 코로나19가 있다. 디지털에 익숙한 MZ세대가 코로나19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자 메타버스를 교류의 장으로 활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향후 비대면(언택트) 혹은 온택트 사회가 더욱 본격화되면, 메타버스는 기존의 게임·엔터사들이 주로 뛰어든 소통·놀이 창구를 넘어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폭넓게 활용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예를 들어 메타버스에 국회를 설치해 국회의원들이 본인의 아바타로 본회의에 출석하고 각종 상임위원회 회의에 참석하는 등 의정활동을 수행하는 일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이는 필자가 대표발의하고 지난해 12월 대안으로 국회를 통과한, 원격영상회의 방식의 본회의 출석과 비대면 표결 등의 내용을 담은 일명 '비대면' 국회법보다 더욱 진일보한 형태이다.

 하지만 메타버스 자체가 최근 생성된 개념이 아니라 1992년 소설 '스노우 크래쉬'에서 처음 사용되고 2007년에 이미 유형별 정의가 내려진 꽤 오래된 개념인 만큼 이번 메타버스 열풍 역시 유행처럼 지나가는 일시적인 현상이 될 수도 있다. 메타버스가 인터넷·스마트폰에 이은 소위 '새로운 미래 디지털 플랫폼'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15일 필자가 속한 국회의원 연구단체 '문화콘텐츠포럼'과 '미래경제연구회'가 공동으로 주최한 ‘메타버스 현황과 문화산업 활용 가능성’ 토론회에서 여러 전문가들은 메타버스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규제나 간섭보다는 지원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발제를 맡은 우운택 카이스트 교수는 정부의 신기술에 관한 지원이 지나치게 분산되고 파편화돼 있음을 지적했다. 즉 메타버스가 가상현실(VR), 인공지능(AI), 5세대 이동통신(5G), 블록체인 등 다양한 ICT 기술의 집합체라는 점을 감안해 복합적이고 융합적인 정부의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해 말 '가상융합경제 발전 전략'을 발표하고 올해 5월 민관 협력체계인 '메타버스 얼라이언스'를 출범시켰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메타버스에 대한 총체적인 지원이 효과적으로 이뤄질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게다가 현재 정부의 사업 추진 방향에는 지역에 대한 고려가 매우 부족하다. 향후 각종 메타버스 지원사업의 중심이 될 '메타버스 허브'는 별도 공모 없이 수도권(판교)에 있는 ICT-문화융합센터가 맡게 됐다.

 사실 메타버스 생태계가 우리나라에 제대로 구축되기 위해서는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의 플랫폼 구축이 매우 중요하다. 특히 대전은 대덕연구단지 및 여러 정부출연연구기관들이 위치한 곳으로 기술과 인력이 충분해 각종 메타버스 기술을 구현하는데 부족함이 없다. 실제로 지난해 12월에는 대전시와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이 메타버스의 핵심 기술인 '디지털 트윈' 플랫폼 구축을 위한 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메타버스가 일시적 트렌드가 아닌 새로운 시대를 주도할 플랫폼이 되기 위해서는 총체적인 융합 지원체계는 물론, 지역적 고려가 선행된 균형감 있는 정부 정책이 필요하다. 이제 '메타버스 시대'를 위한 보다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대응책 마련을 고민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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