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일규의 서예이야기 <453>

전국시대(戰國時代)말엽(末葉) 연(燕)나라 장수 영분이 대군을 이끌고 조(趙)나라로 쳐들어오자 조나라 혜문왕(惠文王)은 제(齊) 나라와 접한 3개의 5성 내에 있는 57개 시읍(市邑)을 제나라에 떼어 주면서 이 지역을 제나라의 명장 전단(田單)에게 방비해 달라고 했다.

전단은 지난 날 연나라가 제나라를 공격해 왔을 때 쇠뿔에 칼을 잡아매고 꼬리에는 기름을 적신 갈대 다발을 매달아 불을 붙여 소떼를 놀라게 해 조나라 군진으로 돌진하게 함으로써 싸움을 이긴 일로 유명했다.

조정의 공론이 그런 방향으로 흘러가자 이 말을 들은 장수 조사(趙奢)가 반발하며 평원군에게 불만을 터트렸다. 그러나 평원군은 고개를 저었다.

“장군은 더 이상 왈가왈부하지 마시오. 이 의견은 내가 제안한 것이고 전하께서도 찬성하신 일이란 말이오.”

그래도 조사는 물러나지 않았다.

“이건 큰 실수를 하는 겁니다. 아니, 우리 조나라엔 사람이 없다는 말씀입니까? 싸움도 하기 전에 성을 3개나 잃다니 그게 어디 말이나 되는 소리입니까? 제게 맡겨 주신다면 당장 적을 물리치겠습니다. 제나라와 연나라는 서로 원수지간이긴 하지만, 전단은 타국인 조나라를 위해 최선을 다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패권(覇權)을 노리는 제나라로서는 조나라가 강해지는 것을 결코 원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전단은 연과 조 두 나라 군대를 싸움터에 묶어두고 언제까지나 시간만 질질 끌 것인데(광일지구:曠日持久), 그렇게 되면 몇 해 지나지 않아 우리나라는 국력을 탕진하게 될 것입니다.”

그래도 평원군은 조사의 충언을 일축해 버리고 다른 장수 전단을 맞아들여 조나라군 지휘권을 맡겼다. 과연 조사가 경고한 대로 전쟁은 쉽게 승부가 나지 않아 장기전이 됐고, 두 나라는 엄청난 국력만 낭비하고 말았다.

오랜 세월을 헛되이 보내며 시간만 질질 끄는 것을 광일지구(曠日持久:오랜 세월을 헛되이 보내며 시간만 질질 끌다)라고 한다.

우리들도 일상생활에서 소득·보람된 성과도 없이 ‘광일지구’하는 일이 없도록 철저한 계획과 실천으로 알찬 결실, 일자리 창출에 큰 효과를 거둬야 겠다.

<국전서예초대작가및전각심사위원장·청곡서실 운영·前 대전둔산초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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