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덕현 한국관광공사 지역관광협력관(관광학박사)

오는 11월 말이면 충남 원산도와 보령을 잇는 해저터널이 개통된다고 한다. 앞서 작년 말에 개통한 원산안면대교와 연결되면 서해안 대표적 관광지인 대천항과 안면도간 이동 시간이 90분에서 10분으로 단축돼 서해안 관광의 전환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보령해저터널 완공은 관광 접근성을 향상시켜 서해안 관광 발전의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이지만, 유사한 사례를 찾아 분석하고 종합적인 전략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2010년 12월 부산과 거제도를 잇는 가거대교가 개통되면서 거제도를 방문하는 관광객들이 많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지만, 그 효과는 단기간 동안 지속하였다. 주요 관광지점 입장객 통계를 분석해 보면, 거제도 방문객은 개통 효과로 인해 2011년 상반기에는 전년 동기 대비 130% 급성장했으나, 하반기에는 전년 동기 대비 15%로 떨어졌고 2012년에는 가거대교 개통 이전보다 방문객이 줄어드는 현상을 보였다.

이는 관광 접근성 해소만으로는 관광객을 지속해서 유치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단기적으로는 관광객이 몰리지만, 시간이 지나면서부터 언론 및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다 보면 관광객도 줄어든다. 여행객은 지역의 독특한 콘텐츠를 소비하기 위해 방문한다. 콘텐츠는 먹거리에서부터 보고, 즐기고 사진 찍을 명소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새로운 콘텐츠의 발굴과 더불어 접근성이 향상될 때에 방문객의 만족도는 높아지고, 재방문 의사는 물론 타인에 대한 여행추천 의사도 높아지게 되어 관광산업은 지속해서 성장할 수 있다.

원산안면대교와 보령해저터널은 충남 서해안을 잇는 새로운 관광벨트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된다. 여행목적지 관점에서 볼 때 보령과 태안은 휴양형 해양관광지라는 공통점뿐만 아니라 방문자의 특성에서도 유사한 성격을 갖고 있어 보완재라기보다는 서로가 경쟁하는 대체재가 될 수 있어서 양 지자체 간의 상호 승리할 수 있는 전략 마련이 매우 중요하다. 이런 점에서 최근 양 지자체가 ‘태안-보령 공동 협력’ 협약식을 갖고 경쟁보다는 협력을 통한 지속할 수 있는 관광 발전을 추진하기로 한 것은 매우 시의적절하다고 생각한다.

최근 보령시는 보령머드엑스포를 계기로 ‘2022 보령방문의 해’를 추진하고, 태안군은 해양관광 거점도시 육성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이렇게 독립적으로 사업을 추진하다 보면 유사한 시설 및 콘텐츠에 대한 중복투자가 발생할 수 있고 이로 인해 협력보다 경쟁의 길로 나갈 수 있기에 코로나19로 인해 변화하는 관광시장 트렌드와 양 지자체의 관광환경을 면밀히 분석해 서로가 상생할 수 있는 통합 관광산업 발전 전략을 수립하는 일이 중요하다.

지역 방문객 빅 데이터를 분석해 보면 보령시의 경우 11월에서 3월간 방문객이 많고 전북지역 관광객을 많이 유치하지만, 태안군의 경우 4월에서 10월간 방문객이 많고 경기지역 관광객을 더 많이 유치하고 있다. 보령해저터널과 원산안면대교 완공을 계기로 전북과 경기지역 방문객이 양 도시를 교차 방문하도록 하는 전략을 만들거나, 서로 다른 비수기를 활용하는 방안 등 상생할 수 있는 종합적인 해양관광산업 육성 전략을 마련할 수 있다.

한국관공사 관광 빅데이터 분석에 의하면 2020년 보령시 방문객은 1500만명, 태안은 1550만명으로 합하면 3050만명에 달한다. 다리와 터널은 단순히 양 도시를 연결하는 도로 기능을 넘어서 양 지역을 하나의 관광권역, 하나의 관광시장으로 묶는 역할을 할 수 있다. 각자의 관광시장을 두 배로 키우는 지속가능한 상생 협력 방안을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도 시급하다. 바로 이 지점이 서해안 해안관광벨트 활성화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