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이 키우는 아이들 숨은 보석찾기 캠페인] 7 오팔을 닮은 보현이 (上)
UN사무총장이 꿈… 늘 웃는 모습에 친구들과 동생들이 잘 따라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남동생, 아빠 빈자리까지 채워줘 든든
중학생 때 천연기념물센터서 도슨트 활동 등 총 100시간 봉사
‘아이들을 돕는 삶’ 위해 백혈병 아동에 머리카락 기증 등 노력

[충청투데이 서유빈 기자]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대전지역본부와 ㈜유토개발, 충청투데이는 대전지역 소외계층 아동들이 차별 없는 교육 기회를 제공받고 꿈 앞에 놓인 장애물을 수월히 넘을 수 있도록 1년간의 ‘숨은보석찾기’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앞서 산업 디자이너를 꿈꾸는 수진이와 경찰이 되고 싶은 서준이, 미래의 태권도 국가대표 소진이, 웹툰작가 지망생 수지, 예비 유치원 교사 민지, 그리고 카페 창업을 고대하는 지민이를 소개했다. 12명의 ‘숨은보석’ 중 일곱 번째 주인공으로 남보현(17. 가명) 학생을 만났다. 보현이는 국악을 통해 한국의 멋을 알리는 UN사무총장을 꿈꾼다. 무지갯빛 오팔을 닮은 보현이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를 살펴보자. <편집자주>

◆ 넘어지지 않는 오뚝이를 닮은 아이

특유의 긍정 에너지. 처음 접하는 무언가를 앞에 두고 거침없이 나서는 도전정신. 보현이를 표현하기에 제격인 두 문장이다. 말문이 갓 트였을 무렵, 보현이는 먹어보지 못한 음식도 스스럼 없이 맛을 보는 아이였다. 학교에 진학한 후에는 여러 프로젝트에 참가하며 혼자 하기 부족함이 있으면 친구들과 팀워크를 발휘해 해결책을 찾아가곤 했다. 무엇보다 보현이는 만인의 해피 바이러스다. 보현이와 만나 잠시라도 대화를 나누면 다들 즐거운 미소가 내내 입가를 맴돈다. 대게 무표정한 얼굴로 학교나 학원 수업을 듣는 다른 친구들과는 달리 보현이는 어디서든 항상 웃고 다녀서 눈에 띄는 아이다. 동갑 친구들뿐만 아니라 나이 어린 동생들도 보현이를 좋아한다. “언니, 언니!”하며 졸졸 따라다니는 동네 동생들은 보현이의 큰 기쁨이다. 친구들에게 공부 방법을 가르쳐주는 것도 좋아한다. 시험 기간이 되면 시간을 내서 카페에 가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친구들을 가르쳐준다. 친구들의 성적이 잘 나오면 그보다 더 행복할 순 없다.

보현이의 어머니는 “보현이는 고민을 많이 하고 생동하는 사람”이라며 “무엇이든 전부 즐겁게 도전하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받은 걸 되돌려주는 아이로 자라기 바라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 아빠 같은 동생

보현이에게는 2살 터울의 남동생이 있다. 남들보다 조금 이른 아버지의 부재로 엄마와 동생까지 셋이 살아가야 하는 상황에 처했을 때 동생은 든든한 ‘내 편’이었다.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사람이자 때론 오빠 같고 때론 아빠 같기도 한 소중한 동생이다. 보현이의 동생은 나이는 어리지만 웬만해선 화를 잘 내지 않고 침착하며 젠틀한 편이다. 영화나 책 등 보현이와 취향이 통하는 부분이 많아서 평소 대화도 많이 나누곤 한다. 보현이가 고등학생이 되고 나니 둘만의 시간이 확연히 줄어서 아쉽고 또 미안하지만, 커서도 사이좋게 지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보현이와 동생이 아직 어렸을 때 가족여행으로 뉴욕에 간 적이 있다. 갑작스레 내리는 비에 오순도순 우산을 같이 쓰고 걸었던 공원이 보현이의 뇌리에 깊게 남았다. 파란 하늘과 아름드리나무들, 예쁜 공원에서 사랑하는 가족들과 함께 있던 순간이 정말이지 행복했다. 어느덧 맞닿은 동생의 어깨가 뉴욕 공원에서보다 높아지고 있는 만큼, 아빠의 빈자리까지 채워주는 고마운 동생이다. 그래서 보현이는 외롭거나 두렵지 않다. 어디까지고, 언제까지나 함께 걸어줄 동생이 있기 때문이다.

◆ 마음을 키워준 100시간의 봉사

모든 일에 긍정적으로 임하는 보현이는 중학교 시절, 총 100시간의 봉사를 했다. 봉사를 위한 봉사라기보다는 어떠한 일을 앞에 두고라도 도전하는데 주저하지 않으며 재미를 느끼는 타고난 성품이 원동력이었다. 주변 사람들과 어울리며 알고 있는 지식을 전달하는 것을 좋아하는 보현이는 15살에 천연기념물센터에서 도슨트 봉사에 참여하기도 했다. 천연기념물센터를 방문하는 어린이 관람객들에게 천연기념물에 대해 소개하는 봉사였다. 관람객들에게 소개했던 천연기념물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바로 이팝나무다. 흔한 나무이지만, 꽃 모양이 밥풀을 닮아서 이팝이란 이름을 갖게 됐다고 해 설명하면서도 재미와 보람이 있었다. 특히 봄에 엄마와 차를 타고 가다 보면 이팝나무를 자주 봤었는데 그런 경험담을 섞어 도슨트를 진행하니 관람객 앞에서 뛰어난 이야기꾼이 된 듯한 기분이었다. 어린이들이 천연기념물에 대한 새로운 정보를 알게 되면서 좋아하는 모습을 보고 덩달아 행복감을 느꼈다. 보현이의 봉사활동은 다양한 분야를 망라했다. 평소 취미인 가야금 연주를 선보이는 활동에도 참여했다. 중학교 실내악단에 소속돼 있을 때 요양원과 보훈병원에서 작은 음악회를 연 적도 있다. 국악을 함께하는 친구들과 동아리를 개설해 직접 연주할 수 있는 곳을 찾아다니며 우리 음악의 아름다움을 알리는 기회를 만들었다. 다양한 사람을 만나 취미를 공유하면서 보현이는 나날이 몸과 마음이 자라나는 기분이다.

◆ 무지갯빛을 띠는 오팔처럼

10월에 태어난 보현이의 탄생석은 오팔이다. 반짝거리고 가치가 높은 보석은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존재지만 보현이는 희망이라는 의미를 지닌 오팔에 더욱 애정이 간다. 어느 날 갑자기 가정에 어려움이 닥치면서 슬프고 괴로웠으나 희망이 있어서 견딜 수 있었다. 오팔은 원래 푸른빛이 도는 보석이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한 보석 안에 여러 색이 담겨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래서 보현이는 오팔을 무지갯빛을 띠는 보석이라고 생각한다. 단단한 내면 안에 다양성을 포용할 수 있는 넉넉함을 가진 오팔처럼, 많은 사람에게 희망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포부로 가득하다.

◆ ‘아이들을 돕는 삶’을 꿈꾸며

보현이의 부모님은 늘 보현이와 동생에게 ‘아이들을 돕는 삶’을 살라고 말씀하셨다. 보현이가 가장 존경하는 아빠는 그동안 살아온 날보다 앞으로 살아갈 날이 많은 아이가 좌절하지 않고 꿈을 키울 수 있는 세상이 돼야 한다고 힘줘 말하곤 했다. 그래서 보현이가 어릴 때부터 아이들을 도울 방법을 고민하고 찾아보라고 하셨다. 아빠의 말을 항상 되새겼던 보현이는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을 비롯해 굿네이버스 등에서 주관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하거나 머리카락을 잘라 백혈병을 앓는 아동들을 위해 기증한 적도 있다. 지금 당장 가진 여건에서 할 수 있는 일 중에 아이들을 위한 행동을 실천에 옮기자는 마음이 크다. 동화책을 읽어 주는 일이나 앞서 천연기념물센터 도슨트와 같은 활동에 적극적으로 임하고 있다.

남보현 학생은 “올해 고등학교에 입학한 만큼 최우선으로 공부 능력을 키우는 게 중요한 것 같다”며 “훗날 전 세계 아이들을 돕기 위해 능력을 키우는 한편 가야금을 통해 마음의 안정을 찾으면서 UN사무총장의 꿈에 가까이 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下편에서 계속

서유빈 기자 syb@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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