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종태 대전 서구청장

사소한 약속은 없다. 타인과의 약속은 특히 그렇다. 헨리 파머스턴은 영국 빅토리아 여왕 시대 총리를 지낸 인물이다. 어느 날 다리를 지나는데 한 소녀가 우유를 쏟아 울고 있었다. 총리는 소녀를 달래며 말했다. “얘야, 지금은 내게 돈이 없구나. 내일 이 시간에 나오면 우윳값을 주마.” 이튿날 각료회의 도중 약속 시간이 됐고 그는 잠시 정회를 요청한 뒤 다리로 달려갔다. 파머스턴 총리는 약속대로 소녀에게 돈을 쥐여주고 돌아와 회의를 이어갔다고 한다.

자신과의 약속이 세상을 바꾸기도 한다. 일명 ‘대구 키다리 아저씨’는 2012년부터 매년 익명으로 거액을 기부했다. 기부액은 총 10회에 걸쳐 10억원이 훌쩍 넘는다. 지난해 그는 5000만원짜리 수표와 메모를 넣은 봉투를 전달했다. 메모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저와의 약속, 10년이 되었군요. 나누는 즐거움과 행복을 많이 느끼고 배웠습니다.” 자수성가한 키다리 아저씨는 10년간 10억원을 기부하겠노라 스스로 다짐했고 마침내 자신과의 약속을 지켰다.

7월 1일로 민선 7기도 만 3년이 되었다. 민선 6기에서 초석을 다지고 그렸던 서구 발전의 밑그림에 색을 입힌 결실의 시기였다. 숙원사업이 하나둘 해결되고 정상 궤도에 진입하면서 제2의 도약을 위한 기틀을 마련했다. 무엇보다 구민들께 했던 약속을 차근차근 이행한 점이 가장 뿌듯하다. 민선 7기를 시작하면서 사람 중심의 함께 행복한 서구 건설을 위한 74개 공약사업을 확정했다. 현재 임기 내 사업 67개 중 50개 사업을 마무리해 74.6%의 이행률을 기록했으며, 나머지도 정상 추진 중이다.

그 결과 공약평가 6년 연속 최우수(SA) 등급이라는 금자탑을 쌓았다. 약속을 가장 잘 실천하는 지자체라는 평가를 받은 셈이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코로나19 위기와 자연재해 등 여러 어려움을 극복하고, ‘구민과의 소중한 약속은 끝까지 지킨다’는 신념으로 전 직원이 쉼 없이 노력한 결과다. 특히 코로나19 방역과 사회적 거리두기, 경기침체 속에서도 구정에 대한 변함없는 관심과 성원을 보내주신 구민들과 함께 이뤘기에 더욱 뜻깊은 성과가 아닐 수 없다.

남은 1년이 더 중요하고 할 일도 많다. 약속했던 사업과 균형발전 사업을 차질 없이 마무리 할 수 있도록 행정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최우선 과제는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고 소중한 일상을 회복하는 일이다. 마침 7월 1일부터 개편된 사회적 거리두기가 적용된다. 신속한 백신 접종과 철저한 방역을 기반으로 모두가 간절히 바라는 일상으로의 복귀를 앞당기고, 지역경제 회복과 취약계층 지원에 만전을 기할 것이다. 그것이 3년 전 했던 약속을 잘 지키는 일이라 믿는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약속 이행은 최고 덕목 중 하나다. 초나라에 계포(季布)라는 사람이 있었다. 12살 때 친구들과 연못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폭우가 쏟아졌다. 물이 불어 익사 위험이 있었지만, 기어코 연못에 갔다. 그 일로 계포는 약속을 꼭 지키는 사람이라는 평판을 얻었고, 훗날 유방(劉邦)에 발탁되어 용맹을 떨친다. 사람들은 ‘황금 100냥을 얻는 것보다 계포의 승낙을 얻는 게 더 낫다’고 칭송했다. 약속은 반드시 지킨다는 ‘계포일낙(季布一諾)’의 유래다.

사소한 약속은 없다. 시민들과의 약속은 특히 그렇다. 민선 7기 3주년을 맞아 계포일낙의 교훈을 마음에 새긴다. 남은 1년의 다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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