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졸자 첫 입사 ‘35개월’ 걸려
전문대졸 13개월, 대졸 11개월
대졸자와 임금 격차도 크게 나
기업 규모 작을수록 편견 더 커

[충청투데이 최정우 기자] #. 지역 특성화고를 졸업한 김모(26) 씨는 최근 지역 중소기업 면접장에서 마음에 상처를 입었다. 최종면접에서 A임원은 “중학교는 나름 알려진 중학교를 졸업했는데, 고등학교가 아쉽다”라며 '업무적성능력'과는 관련 없는 질문을 던져 김 씨의 가슴 한 켠에 비수를 꽂았다고 한다. 면접장에서의 분위기가 좋지 않아 '합격'통지를 기대하진 않았지만 몇 일 뒤 그의 예상대로 '불합격'이라는 메일이 왔다. 그는 "개인적으로 특기와 적성을 살려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고 싶은 마음에 마이스터고를 진학한 것이 이런 결과를 초래할 줄 몰랐다"며 "밥벌이를 위해 시간과 비용을 들여 대학교 졸업장을 취득해도 고등학교 간판이 취업에 걸림돌로 비춰질까 겁난다"고 푸념했다.

여전히 고등학교 졸업자(이하 고졸자)들의 '취업전선'은 험준하다. 과거 상고·농고·공고 등의 학교체계가 특성화고·마이스터고로 전환되며 교육계가 '전문성을 갖춘 인재 양성’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최종학력이 고졸자로서의 인생 첫 취업 현실은 녹록지 않다.

28일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고졸 이하 학력을 가진 청년들이 첫 직장을 구하는데 통상 35개월이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대와 대졸 이상의 청년들이 첫 직장을 갖는데 각각 13개월, 11개월의 기간이 소요되는 점과 비교하면 고졸 이하 청년들의 사회진출은 평균 2년 가량 늦어지는 셈이다. 사회적 인식이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국내에서 최종학력 '고졸' 색안경은 여전히 짙다.

이뿐만이 아니다. 대졸자와의 '임금격차'도 좁혀지지 않고 있다. 지난해 11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사업체 특성별 임금분포현황'을 분석해보면 고졸 이하와 대졸 이상 노동자의 임금차이는 중소기업(100~299인)에서 가장 높았다.

대졸 이상 노동자 평균임금을 100으로 봤을 때 중소기업에서 고졸 이하 노동자의 임금은 59.21로 큰 격차를 보였고, 500인 이상 사업체(대기업)에서 근무하는 고졸자들의 임금은 70.20으로 나타나며 그나마 고졸자와 대졸자의 격차가 좁혀진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정부가 2019년 고졸 채용 의무화를 도입하면서 채용을 장려하고 있지만, 여전히 공공기관·대기업→중견기업→중소기업으로 갈수록 ‘고졸자’들에 대한 부정적인 사회적 인식이 짙게 깔려있다.

기업의 규모가 적을수록 ‘고졸자들이 과연 이 업무를 감당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심이 짙어져, 채용시 최종학력란에 ‘고졸’이라고 적을 경우 불이익을 본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목소리다.

이에 한국고용정보원 관계자는 “고졸 채용 확대 정책 이후 고졸 취업자 수는 다소 증가했지만, 이는 수치상 집계일 뿐 전체 채용 범위에서 고졸 채용 비율 증가로 보기는 어렵다”며 “사회적으로 저학력층으로 분류되는 ‘고졸 이하’ 청년들이 짧은 기간 내에 노동시장에 진입해 일자리에 안착할 수 있도록 고용서비스 지원이 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최정우 기자 wooloosa@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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